조선소와 강남을 누비는 로봇…KAIST 연구, 산업 현장으로

2025-09-30     김정은 기자
유로보틱스의 제어기로 계단도 척척 올라가는 휴머노이드의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조선소의 철제 구조물을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 그리고 강남 도심 한복판을 자연스럽게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KAIST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로봇 상용화를 본격화하며 국내외 산업 현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조선소 벽을 오르는 ‘승월 로봇’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실 출신이 창업한 디든로보틱스는 철제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승월(昇越) 로봇’을 개발했다. 대표 제품 ‘DIDEN 30’은 자율주행 기술, 사족보행 다리 구조, 자석 발을 결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선소 고위험 구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DIDEN30 로봇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이 로봇은 선박 내부 보강재(론지)를 넘어서는 ‘론지 극복 테스트’와 액세스홀 통과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지난 9월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단순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이 검증된 사례로 의미가 크다. 디든로보틱스는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용접·검사·도장 등 실제 공정 투입을 목표로 성능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2족 보행 로봇 ‘DIDEN Walker’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협소하고 복잡한 조선 현장에 맞게 설계됐으며, 상체 매니퓰레이터를 탑재해 용접 자동화까지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체 AI 학습 플랫폼 ‘DIDEN World’를 활용한 오프라인 강화학습, 3D 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해 완전 자율 보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개발 중인‘DIDEN Walker’의 컨셉그림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 도심 속을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 연구팀 출신이 창업한 유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자율 보행 기술을 앞세워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는 강남 도심을 자연스럽게 걷는 휴머노이드의 모습이 포착됐다. 핵심은 카메라나 LiDAR 같은 외부 센서 없이 내장 정보만으로 보행을 제어하는 ‘맹목(blind) 보행 제어기’ 기술이다.

이 방식은 낮과 밤, 날씨와 상관없이 보행이 가능하며, 보도블록·계단·내리막길 등 다양한 지형에서 동일한 제어기로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해당 기술은 KAIST 연구팀이 2023년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사족보행 경진대회에서 MIT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유로보틱스는 이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환경에 맞춰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착용감이 편리한 신발을 신고도 계단을 오르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등 사람과 어우러져 걷는 휴머노이드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번 성과는 KAIST 원천기술이 스타트업을 통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도전적 연구와 혁신 창업을 적극 지원해 글로벌 로봇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