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스스로 학습·복원하는 초저전력 인공 뉴런 반도체 개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람의 뇌는 단순한 신호 전달을 넘어, 경험을 기억하고 상황에 따라 반응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지녔다. KAIST 연구팀이 이와 같은 뇌의 적응 원리를 반도체 소자에 구현하는 데 성공해, 차세대 초저전력 인공지능 하드웨어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뇌의 적응 원리 모방한 인공 뉴런 소자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Kyung Min Kim) 교수 연구팀은 뉴런이 과거 활동을 기억해 스스로 반응 특성을 조절하는 내재적 가소성을 모방한 ‘주파수 스위칭(Frequency Switching) 뉴리스터(Neuristor)’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내재적 가소성은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들으면 덜 놀라거나, 반복된 훈련을 통해 특정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의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뉴리스터는 마치 사람이 자극에 점점 익숙해져 덜 놀라거나, 반대로 훈련으로 점점 더 예민해지는 것처럼 신호 빈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순간적으로 반응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휘발성 모트 멤리스터’와, 입력 신호 흔적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휘발성 멤리스터’를 결합했다. 그 결과 뉴런의 발화 주파수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소자를 구현했으며, 뉴런 스파이크 신호와 멤리스터 저항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반응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 더 적은 전력, 손상에도 복원되는 AI
연구팀은 희소 신경망(Sparse Neural Network)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기술의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뉴런 자체의 기억 기능을 활용해 기존 신경망보다 27.7% 낮은 에너지 소모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 또한 일부 뉴런이 손상되더라도 네트워크가 스스로 재구성돼 성능을 회복하는 복원력도 입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의 핵심 기능인 내재적 가소성을 단일 반도체 소자로 구현해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한 차원 높인 성과”라며, “스스로 상태를 기억하고 손상에도 적응·복구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엣지 컴퓨팅과 자율주행 등 장시간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의 핵심 소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박우준(Woojun Park·현 독일 율리히 연구소), 송한찬(Hanchan Song·현 ETRI)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26.8)’에 8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