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허파' 미생물, 기후 변화에 생산량 급감

2025-09-25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 산소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해양 미생물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가 위협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이 감소하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지구 전체 산소 공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바다의 핵심 산소 공급원

프로클로로코쿠스는 크기가 매우 작지만,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가장 풍부하게 서식하는 시아노박테리아다. 주로 열대·아열대 해양 표층수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며, 바다와 육지에서 연간 생산되는 전체 산소의 약 5%를 담당한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바다에 저장하는 지구 탄소 순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Microbiology

워싱턴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프로클로로코쿠스의 세포 분열과 성장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바다에서 채취한 수천억 개 이상의 미생물 샘플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난화가 미생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했다. 이번 연구는 과거 주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와 달리, 실제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는 프로클로로코쿠스를 대상으로 장기간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수온 상승, 세포 성장과 생산성에 큰 영향

분석 결과, 프로클로로코쿠스는 섭씨 19~28도에서 가장 활발히 성장했지만, 해수 온도가 28도를 넘으면 세포 분열 속도가 급감하고, 30도 이상에서는 기존 속도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온난화 시나리오(RCP 4.5·RCP 8.5)를 적용해 2100년까지 생산성을 예측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hisholm Lab

모델링 결과, 중간 정도 온난화(RCP 4.5) 시나리오에서는 열대·아열대 해양에서 프로클로로코쿠스 생산성이 최대 17% 감소할 수 있으며, 심각한 온난화(RCP 8.5) 시나리오에서는 51%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제시됐다. 전 세계 규모로 보면 각각 10%와 37%의 생산성 감소가 예상된다.

워싱턴대 해양학자 프랑수아 리발레(François Ribalet) 교수는 "과거에는 프로클로로코쿠스가 높은 온도에서도 잘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온난화에 매우 취약했다"며 "이 미생물의 감소는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 단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해양 생태계 전체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일부 내열성 균주가 표본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가 프로클로로코쿠스가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닷물이 계속 따뜻해지면, 이 미생물이 제공하는 산소량 감소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내 다른 생물들의 먹이 공급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바다 미생물이 단순히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넘어, 지구 산소 생산과 탄소 순환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