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미 투자엔 안전장치, 북핵 해법엔 현실적 선택"
로이터·BBC 인터뷰…"투자·북핵 문제 균형 있게 관리할 것"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인터뷰에서 한미 간 대규모 투자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은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없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강행할 경우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북한 핵무기 생산 동결을 현실적인 임시조치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향후 회담 가능성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은 연방 당국이 체포 장면을 공개한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건이 의도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미국 측과 합리적 조치를 모색하기로 합의한 점을 강조하며, 이를 계기로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대미 투자, 안전장치 없는 강행은 '외환위기급 충격'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하면,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 협상에서 제시된 제안들은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지 못해 격차를 메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은 투자 결정 권한을 직접 갖게 되며, 한국 정부는 상업적으로 타당한 프로젝트에만 지원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대통령은 "세부 합의 없이는 경제적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종결해야 한다"며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한미 방위비와 관련해서도 양국 간 의견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며, 미국이 안보와 무역 문제를 분리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가 핵심 과제이자 동시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투자 계획 실행 가능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북핵 동결, 현실적 임시조치 수용 가능
22일 보도된 BBC 인터뷰에서는 북한 비핵화 해법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입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은 북한이 연간 15~20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며, 핵무기 생산 동결을 '임시적 비상조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는 데 명백한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향후 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상호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현실적인 목표 설정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궁극적 목표를 향한 무익한 시도에 집착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 목표를 설정해 일부라도 성취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북·중·러 3국의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한국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평화적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총회와 안보리 의장으로서 한국이 중재 역할을 수행할 계획임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 대치 속에서 한국이 겪는 지정학적 어려움도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한국의 경제·안보·외교 전략을 설명하고, 한미 간 투자 협상과 북핵 문제를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