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몸에도 통증을 준다…신체 고통 위험 2배 높아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무겁거나 통증이 계속된다면, 그 원인 중 하나로 ‘외로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University of London) 연구팀은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신체적 통증을 경험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외로움과 신체 통증의 연결 고리
연구팀은 2023년과 2024년 실시된 ‘갤럽 월드 폴(Gallup World Poll)’ 데이터를 활용해 15세부터 100세까지 총 25만6760명의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적 통증을 경험할 위험이 2.14배 높았다.
또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기존 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도 약 2배 높았고,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비율도 25.8% 더 높았다. 연구팀은 외로움과 통증 사이의 관계를 심층 분석한 결과,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심리적 고통’이 전체 연관성의 60% 이상을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즉, 외로움이 마음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국 신체적 통증과 불편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외로움은 단순한 사회적 고립이 아니라, 마음의 충족감과 사회적 유대의 질과 깊게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중 상당수는 친구나 가족이 있음에도 인간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유대의 질에 불만족을 경험하고 있었다.
◆ 외로움, 단순한 고립 그 이상
외로움은 혼자인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신, 이혼, 사별 상태가 외로움과 연관되지만, 이러한 사회적 요인만으로 통증 위험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적 어려움, 낮은 학력,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불리함도 통증과 관련이 있지만, 전체 영향력의 1~2할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외로움이 다층적인 글로벌 헬스 과제로 다뤄져야 함을 보여준다. 단순히 사회적 만남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심리적 고통 관리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외로움이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고, 모든 연령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국적과 문화에 따라 강도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자는 외로움과 통증, 기존 건강 문제를 동시에 경험하기 쉽지만, 젊은 층에서도 외로움과 통증의 연관성은 명확히 나타났다.
연구팀은 "외로움은 단순한 정서적 문제가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회적 연결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