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음악, 의외의 멀미 치료제가 될까

2025-09-10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여행 중 갑자기 찾아오는 멀미는 즐거운 시간을 망치는 불청객이다. 보통 약으로 대비하지만 졸음 같은 부작용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멀미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충칭대학교, 시난대학교, 육군 의과대학, 허난과기학원 등 공동 연구팀은 음악이 정서와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힘에 주목해, 멀미 상황에서 어떤 음악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인간 신경과학 프론티어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 멀미 원인과 음악의 역할

멀미의 원인은 다양하다. 차 안에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는 행동, 구불구불한 도로, 환기 부족으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 반응과 회생제동 시스템도 새로운 멀미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혹시 멀미가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자체가 긴장을 유발하고, 실제 멀미를 가속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긴장을 풀어주는 음악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참가자 30명은 특별히 조정된 운전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의도적으로 멀미를 경험했고, 뇌파 측정 장치(EEG)를 착용한 채 뇌 활동 변화를 정밀하게 기록했다.

◆ 즐거운 음악이 멀미 완화에 가장 효과적

참가자들은 '즐거운 음악', '부드러운 음악', '열정적인 음악', '슬픈 음악' 네 그룹과, 음악 대신 명상을 한 대조군, 멀미 발생 직전 실험 종료 그룹으로 나뉘었다.

결과,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것은 '즐거운 음악'이었다. 멀미 증상이 평균 57.3% 줄어든 것이다. 이어 '부드러운 음악'은 56.7%, '열정적인 음악'은 48.3%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반면 '슬픈 음악'은 대조군보다 효과가 낮아 증상 완화가 40%에 그쳤다. 대조군은 휴식 후 43.3% 증상이 줄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연구팀은 "즐거운 음악은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해 주의를 분산시키고, 부드러운 음악은 긴장을 완화해 증상을 줄인다"며 "슬픈 음악은 정서적 공명을 통해 불쾌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파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멀미 상태일수록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부 뇌 활동의 복잡성이 줄어들고, 회복될수록 복잡성이 증가했다. 이는 음악이 단순히 기분을 바꾸는 것을 넘어 뇌 기능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 등 다양한 이동 수단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간단하고 저비용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참가자 수가 적어 통계적 신뢰도에는 한계가 있으며, 음악 장르별 효과를 일반화하려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