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가계 수입 흔들리면 아기 뇌 발달에 영향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출생 전 부모가 겪는 경제적 불안정이 아기의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덴버대학(University of Denver) 연구팀은 단순한 소득 수준보다 예측 불가능한 소득 감소가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발달 과학(Develop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
◆ 임신 중 소득 충격, 아기 해마·편도체 구조 변화
연구팀은 덴버 지역 산부인과를 찾은 63명의 부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임신 중 가계 수입 변화를 추적했다. 월별 고용 현황과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평균 소득 대비 필요 지출 비율과 소득 증감 폭을 계산했으며, 전월 대비 25% 이상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를 ‘부정적 소득 충격’으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참여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임신 중 한 번 이상 급격한 소득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후 아기들은 수면 중 MRI 검사를 받아 기억과 스트레스 조절에 중요한 해마, 감정 반응과 관련된 편도체의 크기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임신 중 소득 충격이 많을수록 아기의 오른쪽 해마와 오른쪽 편도체 용적이 작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흥미롭게도 평균 소득 수준과 뇌 구조 사이에서는 유의한 관련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소득 증가 역시 뇌 발달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절대적 빈곤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소득 감소가 부모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그 결과 아기의 해마와 편도체 발달을 흔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부모 스트레스, 두 세대 발달과 연결
연구에 따르면 소득 급감을 경험한 부모일수록 임신 기간 불안과 우울 수준이 높았으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아기의 뇌 발달과 연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연구를 이끈 주누비에브 패터슨(Geneviève Patterson, 덴버대학 대학원생)은 "임신 기간의 월소득 감소는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임신 기간의 스트레스는 부모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권에서는 산모가 있는 가정의 경제적 안정성을 태아의 올바른 발달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이며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패터슨은 “연구 설계상 소득 충격이 뇌 발달 변화를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여러 요인이 부모 스트레스와 아기 뇌 발달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연구에서는 더 큰 규모의 표본과 다양한 발달 시기를 대상으로 소득 불안정이 아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