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시험대…韓기업 체포 사건, 외신 '자승자박' 비판

2025-09-07     김정은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적으로 단속하고 구금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CE 홈페이지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체포되면서 한·미 관계에 심각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고숙련 인력을 단속하는 정책이 동맹 관계와 미국 경제 성장 계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한인 사회와 외국 기업에도 큰 충격을 줬다. 전문직과 지식인뿐 아니라 합법 체류 이민자들까지 불안감을 나타냈고,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수갑을 찬 한국인 노동자들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양국 정상 간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한국 기업 체포, 한·미 신뢰 시험대

현지시간 6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이 "동맹국 한국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급습이 미·한 관계의 긴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체포된 직원 47명을 포함해 미국 출장 중인 직원들에게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 대기를 지시했으며, 대부분의 미국 출장도 중단했다. 현대차는 협력업체 법규 준수 여부를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공장 건설도 즉시 중단됐다.

미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이민 단속 현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CE 홈페이지

이번 사건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불과 한 달 전 두 정상은 경제 협력을 다짐하며 대규모 민간 MOU를 체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책 충돌이 현실화됐다. 외신들은 이를 한·미 관계 신뢰와 협력에 대한 첫 번째 큰 시험으로 평가했다.

◆ 조지아 공장 체포, 외국 투자 경고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들을 기습 단속·구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불법 이민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외신들은 강경한 이민 정책이 동맹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아 숙련 노동자를 바로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 이번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이 크게 제한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단기 상용비자(B-1)나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을 통해 기술 인력을 미국으로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일본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경계심도 확산되고 있다.

◆ 외신 평가, "트럼프 정책 모순 드러나"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체포는 트럼프 정책 목표 사이의 내재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지만, 이민 단속은 부족한 기술자를 소멸시킨다.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60억 달러에 달한다.

미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이민 단속 현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CE 홈페이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는 이번 사건이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과 충돌하며, 강경한 이민 정책이 오히려 핵심 목표를 저해하는 사례, 즉 '자승자박'이라고 분석했다.  전미한인봉사교육협의회(NAKASEC)를 비롯한 이민자 권익 단체도 이번 사건을 "노동자와 이민자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 기업과 한인 사회 모두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 내 투자 환경과 이민 정책의 불확실성을 체감했다. 이번 체포 사건은 단순한 노동자 구금 사건을 넘어, 동맹 관계와 외국인 투자, 미국 제조업 전략 전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