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기 섭취, 암 위험 낮출까… 논란의 캐나다 연구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식품'으로, 베이컨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팀의 연구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와 암 사망 위험 사이에서 예상과 다른 상관관계를 발견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응용 생리학, 영양 및 대사(Applied Physiology, Nutrition, and Metabolism)'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단백질 섭취량과 종류에 대한 혼란이 많다"며, "이번 연구는 장기적인 건강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 방식과 범위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 동물성 단백질, 보호 효과일까
연구팀은 붉은 고기만을 따로 분석하지 않고,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단백질' 전체를 분석했다. 특히 등 푸른 생선은 암 예방 효과와 관련이 깊어, 붉은 고기 자체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유제품 또한 연구마다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 일부 연구에서는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하는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전립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된다. 이렇게 다양한 식품을 한 범주로 묶으면, 개별 식품의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다.
연구에서는 가공육과 비가공육을 구분하지 않았고, 암 종류별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아 특정 암에서만 보호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연구비가 미국 최대 소고기 산업 로비 단체인 '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으로부터 지원됐다는 점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 식단 패턴, 여전히 핵심
연구팀은 콩, 두부, 견과류 등 식물성 단백질도 분석했지만, 암으로 사망할 위험을 낮추는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식물성 단백질의 보호 효과와 다소 배치된다. 다만 채소와 과일 등 식물성 식품이 제공하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의 건강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근거로 육류 섭취를 무제한으로 해도 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붉은 고기 섭취는 심혈관질환과 당뇨 등 다른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특정 단백질과 암 사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일 뿐, 전체 식단 패턴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므로, 균형 있는 식단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양 과학에서는 개별 식품만으로 건강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동물성 단백질과 암 사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