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한 알 엔진, 효율 100%를 초과하는 극한의 현상 포착

2025-09-0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열기관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핵심 기술이다. 오늘날에도 자동차, 발전소, 냉장고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최근 물리학자들은 극한 조건에서 단일 입자만으로 작동하는 극소형 열기관을 구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학술 플랫폼 'arXiv'에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단일 입자를 활용한 엔진에서 순간적으로 효율이 100%를 초과하는 특이 현상이 관찰됐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이번 현상은 열역학 법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미시 세계의 양자적 요동이 익숙한 규칙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 이론적 에너지 척도로 구현한 '극한의 엔진'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실험 환경이다. 연구팀은 섭씨가 아닌, 1천만 도에 해당하는 에너지 척도를 바탕으로 단일 입자를 엔진으로 작동시켰다. 실제 온도가 1천만 °C라는 의미가 아니라, 계산과 시뮬레이션으로 설정된 극한 에너지 환경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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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대상인 '구슬 엔진'은 레이저로 조작되는 미세 입자로, 열과 운동 에너지를 교환하며 실제 열기관처럼 움직인다. 일반적인 엔진과 달리, 이 엔진은 극소형 세계에서 불확정성과 확률적 요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전통적인 열역학의 효율 한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 미시적 요동이 만든 순간적 초과 효율

연구팀은 단일 입자가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효율이 100%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를 영구기관의 증거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시 세계의 특이한 에너지 분포와 확률적 요동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열역학 제2법칙은 여전히 유지되며, 전체 시스템이 무한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이 순간적 초과 효율은 자연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 스케일에서의 열역학적 변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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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 세계에서 열역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

이번 연구는 단일 입자 엔진의 극한 작동 방식을 탐구한 드문 사례로,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극소형 열기관은 미래 나노기술과 양자 기계공학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이번 발견은 친숙한 '엔진' 개념이 거시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시 세계에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열기관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시도"라며 "앞으로 미세 입자를 활용한 엔진 설계가 실제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