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와 비타민, 알츠하이머 예방의 새로운 실마리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녹차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B₃가 결합하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 Irvine)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Ge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조합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세포 청소 시스템, 즉 자가포식(autophagy)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 뇌 속 쓰레기 청소하는 새로운 조합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해 쌓이면서 신경세포 기능을 무너뜨리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녹차의 주요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와 비타민 B₃의 일종인 니코틴아미드를 함께 처리한 실험에서, 세포의 자가포식 경로가 활성화되고 독성 단백질 축적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EGCG만 단독으로는 체내 흡수율이 낮아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니코틴아미드와 결합하면 세포 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해 뇌 청소 능력을 되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조합이 기존 치료제와 달리 질환의 근본적 원인인 단백질 청소 실패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 녹차만으로도 치매 위험 줄일 수 있을까
녹차가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꾸준히 보고돼 왔다. 일본에서 진행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는 하루 세 잔 이상 녹차를 마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5~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녹차 섭취가 뇌 백질 병변을 줄여 인지 저하 완화와도 관련이 있었다.
임상시험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예컨대 성인을 대상으로 1년간 매일 말차 2g을 섭취하게 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민첩성과 관련된 인지 기능이 향상됐다. 또 녹차 추출물과 L-테아닌을 16주간 함께 투여한 시험에서는 기억력과 주의력이 개선된 사례도 보고됐다.
다만 고농도의 녹차 추출물은 간 기능 이상이나 철분 흡수 저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적정량 섭취가 필요하다.
◆ 남은 과제와 한계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과정을 겨냥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지만, 아직은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포 실험에서 확인된 효과가 실제 사람에게도 그대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으며, 특히 니코틴아미드의 흡수와 대사 문제는 임상적 적용을 가로막는 큰 과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대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적의 투여 방법과 장기적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일상적인 식습관 개선만으로도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