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빛만으로 작동…배터리 없는 전자기기 시대 올까?
신소재 태양전지로 효율 6배 향상, 안정성도 크게 개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집안 조명만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교체 없이 작동하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실내 환경에 최적화된 신소재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에 게재됐다.
◆ 결함 줄이고 내구성까지 높인 새로운 공정
연구팀이 개발한 핵심 소재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다.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처음 발견된 광물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현재는 이와 유사한 결정 구조를 가진 합성 소재 전반을 일컫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햇빛뿐 아니라 형광등이나 LED 같은 실내 조명에서도 빛을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실내 환경에 훨씬 적합하다. 연구팀은 이 신소재를 활용한 태양전지가 기존 장치보다 6배 이상 높은 효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페로브스카이트는 내부에 생기는 미세한 결함 때문에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빠르게 저하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루비듐 염화물과 유기 염을 함께 사용해 결정 구조가 균일하게 성장하도록 조정했다. 그 결과 전자의 이동을 막던 결함이 크게 줄어들면서 효율은 높아지고 내구성도 크게 개선됐다.
실험에서는 '밝은 사무실 수준(1000 lux)'의 조명 아래에서 37.6%의 변환 효율을 기록했다. 또 100일이 지나도 초기 성능의 92%를 유지해, 같은 기간 76% 수준에 머문 일반 소자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황스밍(Siming Huang) 박사과정 연구원은 "결함으로 잘게 부서진 케이크를 다시 붙이듯 소재를 개선해 전류가 막힘 없이 흐르게 했다"고 비유했다.
◆ IoT 시대에 배터리를 대신할 지속 가능한 에너지 해법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단순히 효율 향상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에 의존해온 소형 전자기기의 사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십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소량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계속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실내 조명을 활용한 태양전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즈타바 압디잘레비(Mojtaba Abdi-Jalebi) UCL 부교수는 "수십억 개의 기기가 극소량의 에너지를 위해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실내 빛을 활용하는 태양전지는 IoT 시대에 특히 중요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페로브스카이트는 지구상에 풍부한 원료로 만들 수 있고, 신문을 인쇄하듯 간단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도 적합하다"며 상용화 가능성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연구팀은 현재 산업계와 협력해 대규모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