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불빛에 지친 새들, 하루 50분 더 운다

2025-08-25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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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밤이 낮처럼 환해진 도시의 불빛이 새들의 하루를 바꾸고 있다. 전 세계 조류가 하루 평균 50분가량 더 길게 노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공조명이 만들어낸 빛 공해(light pollution)가 생체 리듬을 교란해 아침 울음은 더 빨라지고, 저녁 울음은 늦어지는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남일리노이대학교(SIU-Carbondale) 임업학과의 브렌트 피즈 박사와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OSU) 생물학과의 닐 길버트 박사가 주도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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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 새소리, 하루 50분 길어진 이유

연구팀은 시민과학 프로젝트 '버드웨더(BirdWeather)'에서 수집된 방대한 음향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 세계 조류 애호가들이 설치한 녹음 장치의 자료를 인공지능(AI)이 분류한 결과, 아침 울음 시작 260만 건과 저녁 울음 종료 180만 건 등 총 440만 건 이상이 포함됐다. 대상은 전 세계 583종의 주간성 조류였다.

분석에 따르면 빛 공해가 심한 지역의 새들은 어두운 지역의 새들보다 평균 18분 더 일찍 울기 시작해 32분 늦게 멈췄다. 하루 전체로는 약 50분 더 노래한 셈이다. 특히 눈이 크거나 개방된 장소에 둥지를 트는 종, 이동성이 큰 종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눈 크기에 따른 차이도 뚜렷해, 큰 눈을 가진 새들은 하루 노래 시간이 90분 이상 늘어난 반면 작은 눈을 가진 종은 10여 분 증가에 그쳤다.

◆ 밤을 잃은 지구, 흔들리는 생태 리듬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 먹이 활동과 번식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지만, 휴식 부족으로 체력 소모와 건강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조류가 뇌의 한쪽 반구만 교대로 쉬는 '반구 수면(unihemispheric sleep)' 능력을 지닌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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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즈 박사는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는 것은 스위치를 끄는 것처럼 간단한 행동이지만 생태계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인공조명이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생명체의 80% 이상이 '스카이글로우(skyglow)'라 불리는 빛 공해 하늘 아래 살고 있으며, 이는 곤충 개체 수 감소, 야행성 조류의 이동 교란, 바다거북의 산란 실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길버트 박사는 "밤이 밝아지면서 새들에게 하루가 거의 한 시간 더 늘어난 셈"이라며, "밤의 어둠을 되찾는 것은 21세기 생태 보전의 핵심 과제이며, 이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