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 한 잔, 식도암 위험 부른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뜨거운 차나 커피는 일상의 작은 위안이지만, 지나치게 뜨거운 음료가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도를 손상시켜 장기적으로 식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음료 온도를 낮추는 습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 소화기 전문의 빈센트 호(Vincent Ho) 준교수는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뜨거운 음료가 발암 위험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안전하게 마시는 방법까지 제안했다. 그는 커피나 차가 주는 즐거움은 그대로 누리되, 섭취 습관을 바꿔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65도 이상 음료, 식도암 위험 높일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 65도 이상으로 제공되는 매우 뜨거운 음료를 '인간에 대한 발암 가능성 있음'으로 분류했다. 이는 남미에서 전통적으로 마시는 마테차 연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약 70도의 고온으로 대량 섭취하는 경우 식도암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이후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에서도 유사한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최근 영국에서 성인 50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하루 8잔 이상 매우 뜨거운 차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이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도암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뜨거운 음료가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세포 변화를 촉진한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시돼왔다. 실제로 70도의 뜨거운 물을 경구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는 낮은 온도의 물을 마신 대조군보다 암 전구 병변이 빠르게 발생했다. 또 식도 점막이 손상되면 위산 역류에 대한 방어력이 약화돼 만성 손상이 누적되고, 결국 발암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 안전하게 마시는 방법은 '천천히, 식혀서'
음료 온도뿐 아니라 마시는 방식도 영향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65도 커피를 한 번에 20ml 이상 삼킬 경우 식도 내 온도가 10도 이상 상승해 열 손상이 심화된다. 반대로 뜨거운 음료라도 소량씩 천천히 마시면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호 준교수는 "65도의 커피를 가끔 소량 마시는 정도라면 장기적 문제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수십 년간 매우 뜨거운 음료를 반복적으로 많이 마실 경우 식도암 위험은 분명히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이크아웃 커피는 90도 안팎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바로 마실 경우 식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풍미를 유지하면서 식도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섭취 온도를 57.8도로 제시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커피가 어느 정도 식어 '마시기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온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호 준교수는 안전한 습관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시기 ▲휘젓거나 뚜껑을 열어 식히기 ▲찬물이나 우유를 섞기 ▲적은 양씩 나눠 마시기를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