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 나타난 '오렌지빛 상어'…세계 첫 기록

2025-08-22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arismina Domus Dei(Facebook)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코스타리카 북부 토르투게로 국립공원 인근 해역에서 주황빛으로 변이된 간호상어(Ginglymostoma cirratum)가 발견됐다.

체장 약 2m 크기의 이 상어는 일반적으로 회색이나 갈색을 띠는 동종과 달리, 온몸이 선명한 오렌지색을 보였고 눈동자까지 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발견 당시 레저 낚시 과정에서 우연히 포획됐다가 기록 후 바다로 방류됐다.

브라질 리오그란데 연방대(FURG)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황색변색증과 백색증이 동시에 나타난 첫 기록’으로 규정하고, 국제학술지 'Marine Biodiversity'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Marine Biodiversity

◆ 상어에서 처음 확인된 오렌지색 변이

연구팀은 이 개체가 '키산시즘(xanthism)'이라 불리는 색소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키산시즘은 피부 색소가 변형돼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발현되는 현상으로, 멜라니즘(흑화), 류시즘(백화), 알비노와 함께 자연계에서 드물게 보고된다.

이번 상어는 눈의 색소까지 사라져 단순한 체색 변이를 넘어섰으며, 연구팀은 알비노와 키산시즘이 동시에 나타난 ‘알비노-키산시즘(albino-xanthochromism)’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arismina Domus Dei(Facebook)

연구를 주도한 오를란도 아리아스(Orlando Arias) 교수는 "상어에서 전신에 나타난 완전한 키산시즘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사례로, 카리브해 상어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눈에 잘 띄어도 생존에 영향 크지 않아

조사는 수심 37m, 수온 31℃ 환경에서 진행됐다. 선명한 체색은 포식자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이 상어가 이미 성체 크기로 성장한 사실은 색소 이상이 생존에 반드시 치명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변이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가장 유력하게 보면서도, 근친교배, 환경 스트레스, 수온 상승, 호르몬 불균형 같은 외부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어 "향후 유전적 분석과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변이 발생 메커니즘과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저자인 마르셀라 가르시아(Marcela García)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단순히 희귀 개체 기록을 넘어, 해양 생물이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