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사회적 관계, 치매 발병 위험 낮춘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매일 나누는 대화, 함께하는 모임,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이처럼 촘촘한 사회적 관계망이 노년기의 뇌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제 뇌건강연구소(Global Brain Health Institute·GBHI) 소속 파힘 알샤드(Faheem Arshad) 연구팀은 2000~2024년 발표된 17건의 관찰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사회적 관계망과 치매 발병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Neuroscience'에 실렸다.
◆ 9개국·2만여 명이 보여준 뚜렷한 상관성
연구에는 미국, 독일, 영국, 중국, 프랑스, 스웨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인도 등 9개국의 총 2만678명이 참여했다. 이 중 13건은 1년~15년간 장기 추적 조사를 포함했다.
분석 결과, 관계망이 작거나 교류가 적은 사람은 치매와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다. 반대로 규모가 크고 결속력이 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경우 인지적 회복력이 높고, 경도 인지장애(MCI)에서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적 교류가 활발한 사람의 감정·사회 행동과 관련된 편도체(amygdala)와 회백질(gray matter) 구조가 더 건강하게 유지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 활동의 폭이 넓을수록 뇌는 더 오래 건강하다
GBHI 연구와는 별도로, 미국 러시대학 메디컬센터(Rush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장기 코호트 연구에서는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노인의 치매 발병 위험이 38%, MCI 위험이 21% 낮았으며, 발병 시기를 최대 5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아는 것보다, 정기적인 교류와 다양한 활동 참여가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취미 모임, 봉사활동, 동네 커뮤니티 참여 등 일상적인 사회적 자극이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GBHI 연구팀은 "사회적 관계망의 규모와 깊이가 인지적 회복력과 치매 중증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인지 기능이 양호한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더 잘 유지해 이런 상관성이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분석은 관찰 연구를 기반으로 해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으며,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