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계 최초 ‘착용형 OLED 콘택트렌즈’로 망막 검사 구현

복잡한 장비 없이 콘택트렌즈 착용만으로 ERG 검사 가능 디지털 헬스케어·AR·뉴로자극 등 다양한 응용 기대

2025-08-12     김정은 기자
OLED 컨택트렌즈 논문 배경으로 찍은 주요저자. (왼쪽)유승협 교수, 심지훈 박사 (증명사진 위에서부터) 우세준 교수, 한세광 교수, 김수본 박사, 채현욱 박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복잡한 장비 없이 콘택트렌즈 착용만으로 망막 기능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구현됐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분당병원 우세준 교수, POSTECH 한세광 교수, ㈜PHI바이오메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초박막 유연 OLED를 탑재한 무선 구동 콘택트렌즈 기반 웨어러블 망막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 콘택트렌즈 착용만으로 망막전위검사 가능

이번 기술은 기존 망막전위검사(ERG)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ERG는 유전성 망막질환 진단과 기능 저하 평가에 활용되는 안과 검사법이지만, 어두운 공간에서 대형 장비 앞에 눈을 뜨고 고정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6~8배 얇은(두께 약 12.5μm) 초박막 유연 OLED를 콘택트렌즈 전극에 집적하고, 무선 전력 수신 안테나와 제어 칩을 함께 탑재해 독립 구동 시스템을 구현했다. 전력 전송에는 433MHz 공진 주파수를 활용하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수면안대 형태의 무선 컨트롤러로 실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무선 OLED 콘택트렌즈 모식도와 실제 기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OLED는 면광원 특성 덕분에 낮은 밝기(126nit)에서도 넓고 균일한 빛을 조사해 안정적인 망막 반응을 유도한다. 이는 기존 무기 LED 기반의 스마트 콘택트렌즈형 광원에서 나타나는 열집적과 광량 한계를 해결한 것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AR 등 차세대 응용 기대

동물실험에서도 각막 표면 온도가 27℃ 이하로 유지돼 열 손상이 없었으며, 고온·다습 환경에서도 발광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를 통해 임상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유효한 ERG 검사 도구로 활용 가능함이 입증됐다.

OLED 컨택트렌즈 샘플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근시 치료, 안구 생체신호 분석, 증강현실(AR) 시각 전달, 광 기반 뉴로자극 등 차세대 안과 진단·치료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접안형 내비게이션(On-eye navigation)’과 같은 새로운 웨어러블 인터페이스 시장에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

유승협 교수는 "초박막 OLED의 유연성과 확산광 특성을 콘택트렌즈에 접목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며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을 접안형 광 진단·치료 플랫폼으로 확장해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심지훈·채현욱·김수본 박사와 ㈜PHI바이오메드 신상배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성과는 국제학술지 ‘ACS Nano’에 5월 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