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에탄으로 온실가스 줄이고 플라스틱까지 만든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메탄과 함께 존재하는 에탄이 온실가스 감축과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명재욱 교수 연구팀은 미국 스탠퍼드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에탄이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편성 메탄산화균(Methylosinus trichosporium OB3b)'의 핵심 대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응용 환경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7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 메탄 줄고, 바이오플라스틱은 증가…에탄의 의외의 역할
편성 메탄산화균은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메탄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생장하는 세균이다. 연구팀은 메탄과 함께 에탄을 배양 환경에 투입한 결과, ▲세포 성장 억제 ▲메탄 소비 감소 ▲생분해성 고분자인 PHB(폴리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 합성 증가라는 세 가지 반응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탄 단독으로는 세균이 생장하지 않지만, 메탄과 함께 존재할 경우 메탄 분해 효소인 pMMO가 에탄까지 산화시키는 '동시 산화(co-oxidation)'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테이트(acetate)는 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반면, 바이오플라스틱 원료인 PHB 생산은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효과는 균의 영양 상태에 따라 달랐다. 영양이 충분할 때는 에탄이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영양이 부족할 때는 오히려 PHB 축적을 유도하는 등 유용한 대사 전환을 일으켰다.
한편 에탄이 메탄 소비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관련 유전자(pmoA)의 전사량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에탄이 유전자의 발현보다는 효소의 실제 작동 단계에서 대사 조절자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기후위기·플라스틱 문제, 미생물로 한 번에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강한 온실가스로, 천연가스와 매립지, 축산·폐수 처리 과정 등 다양한 배출원에서 종종 에탄과 함께 발생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경에서 메탄산화균이 어떻게 대사적으로 반응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생물학적 메탄 저감 기술과 함께 바이오플라스틱 생산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한 셈이다.
명재욱 교수는 "편성 메탄산화균이 복합 기질 조건에서 보이는 대사 반응을 밝힘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바이오소재 개발이라는 두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박사과정 박선호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