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스스로 접고 걷는 ‘프로그래머블 로봇 시트’ 개발
접힘 위치·방향 실시간 제어 파지·보행 모두 가능한 차세대 피지컬 AI 기술 선보여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KAIST 연구팀이 접는 위치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설정할 수 있는 ‘로봇 시트’ 기술을 개발하며, 로봇 공학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향후 자율 로봇, 우주 탐사, 구조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된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와 박인규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접힘 구조를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필드 프로그래머블 로봇 시트(Field-programmable Robotic Folding Sheet)’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접힘 구조는 기존에도 다양한 로봇 설계에 활용돼 왔지만, 접는 위치나 방향이 사전에 고정돼 구조 변경 시 재설계가 필요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KAIST 연구팀은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접힘 위치와 방향, 강도를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이 같은 제약을 극복했다.
로봇 시트는 얇고 유연한 고분자 기판에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를 내장한 형태로, 각 금속 저항이 히터와 온도 센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별도의 외부 센서 없이도 접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유전 알고리즘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형상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특히 온도 분포에 대한 폐루프 제어 기술을 통해 정밀한 접힘 구현과 외부 환경 변화 보정이 가능하며, 기존 열 기반 접힘 방식의 단점이던 느린 반응 속도도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파지(grasping) 전략이 가능한 적응형 로봇 손(그리퍼)과, 동일한 시트를 활용해 보행·기어가기 등 생체 모방 이동도 실현해 보였다. 이를 통해 복잡한 하드웨어 없이도 환경에 적응하며 형태를 바꾸는 자율 로봇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기 몸을 바꾸며 똑똑하게 움직이는 ‘형상 지능(morphological intelligence)’ 구현에 한 걸음 다가선 사례”라며 “향후 고하중 지지, 빠른 냉각, 일체형 전극 기술 등을 적용해 재난 대응 로봇, 의료 보조기기, 우주 탐사 등으로 확장 가능한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박현규 박사(현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정용록 교수(현 경북대학교)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25년 8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