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담수가 사라진다…전 세계 75%가 '물 부족 국가'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 곳곳에서 담수 자원이 빠르게 줄고 있다. 식수는 물론 농업과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물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 경고는,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닌 인류 생존과 직결된 위협이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공동 수행한 GRACE 및 GRACE-FO 중력 관측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 담수 저장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 북미·러시아·중동…전 지구적 '대륙 건조화' 진행 중
GRACE 위성은 지구 중력장의 변화를 통해 지하수, 토양 수분, 눈과 얼음의 양까지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수집된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전 세계 담수 저장량의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북미 남서부,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러시아 북부,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네 지역을 포함한 북반구 전역에서 광범위한 담수 감소가 확인됐다.
국가별로 보면 총 101개국에서 담수 저장량이 줄었고, 이들 지역에는 세계 인구의 약 75%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대륙 차원의 건조화(continental drying)" 현상으로 규정하며, 매년 캘리포니아의 두 배에 달하는 면적이 물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일시적인 기후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자원 고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는 분석이다.
◆ 지하수 고갈이 주된 원인…식수와 식량 안보 위협
이번 연구는 담수량 변화뿐 아니라 그 원인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담수 손실의 약 68%가 지하수 고갈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수는 바다로 유입되며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육상 원인으로, 빙하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콜로라도강 유역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20년간 미드호(Lake Mead) 전체 용량에 맞먹는 양의 지하수가 사라졌고, 최근 10년 사이 그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졌다. 기후변화는 물론, 산업 농업의 확장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정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제이 파미리에티(Jay Famiglietti) 교수는 "대륙은 점점 건조해지고, 담수는 줄어들며, 해수면 상승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하수 과잉 이용이 지속된다면 수십억 인구의 식수와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전 인류가 함께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