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고대 로마 비문 해독도 척척…역사학자보다 정확

2025-07-31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oogle DeepMind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구글 딥마인드가 고대 로마의 라틴어 비문을 해독하고, 작성된 연대와 지역까지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아이네이아스(Aeneas)'를 공개했다. 결손된 문자를 복원하거나 유사한 비문 사례를 빠르게 제시하는 등, 실제 역사학자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구글은 로마(Epigraphic Database Roma), 하이델베르크(Epigraphic Database Heidelberg), 클라우스 슐라비(Epigraphic Database Clauss Slaby) 등 주요 고문서 아카이브를 통합해, 총 17만6000건의 라틴어 비문을 담은 데이터셋 '라틴 비문 데이터셋(Latin Epigraphic Dataset, LED)'을 구축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oogle DeepMind

아이네이아스는 라틴어 비문 이미지와 텍스트 모두를 입력으로 받아 해독할 수 있다.

이 AI는 해당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학습되었으며, 텍스트는 물론 비문이 새겨진 석재 사진도 입력으로 받아 결손 부위를 복원하고 작성 시기나 지역을 예측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또한, 유사한 문구를 지닌 비문을 빠르게 탐색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oogle DeepMind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아이네이아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역사학자들과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복원할 글자 수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평균 73%의 정확도를 보였고, 결손 길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약 58%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인간 역사학자가 단독으로 복원할 때의 오류율은 39%였던 반면, AI 단독은 23.1%, 인간과 AI가 함께 작업했을 때는 21.4%로 가장 낮은 오류율을 나타냈다.

지역 예측 정확도도 눈에 띄었다. 역사학자는 약 27%의 정확도를 보인 반면, AI는 66.7%의 정확도를 기록했고, 협업 방식에서는 68.3%까지 향상됐다. 작성 시기 예측에서도 인간 연구자의 평균 오차가 ±31년이었던 것에 비해, AI는 ±12.8년, 협업 방식은 ±14.1년으로 예측 오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oogle DeepMind

AI가 고전문헌 해독에 뛰어난 정확도를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구 보조 도구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문 연구처럼 수작업이 많은 분야에서는, AI가 초안을 제시하고 인간이 이를 교차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구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아이네이아스는 유사한 표현을 가진 다른 비문을 빠르게 추출해 비교 근거를 제시하거나, 다양한 판본 사이의 세부 차이를 일관되게 정리해주는 데 강점을 보였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이번 기술이 단순한 언어 해독을 넘어, 고대 로마의 사회·종교·법적 관습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AI가 복원한 문장을 통해 특정 시대의 언어 사용이나 정치적 맥락을 유추할 수 있어, 고대 문명의 문화적 지층을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디지털 인문학과 고대사 연구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더 많은 언어와 지역으로의 확장도 예고되고 있다.

아이네이아스는 현재 웹 애플리케이션(https://predictingthepast.com/aeneas) 형태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공개돼 있으며, 구글은 2022년 발표한 고대 그리스어 해독 AI '이타카(Ithaca)'에도 이번 기술을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