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3분 만에 질병 진단 가능한 초고속 센서 개발
소 모방 촉매 반응 선택도 38배 향상…현장 진단 기술 한계 극복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복잡한 장비 없이도 3분 만에 육안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진단의 핵심인 효소 반응을 모방한 촉매의 반응 선택도를 38배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 가천대학교 김문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과산화효소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하는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급성 질환의 조기 진단과 만성 질환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현장진단(Point-of-Care, POCT)’ 기술의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복잡한 장비 없이 3분 만에 육안 진단
이번에 개발된 센서 플랫폼은 혈액, 소변, 타액 등 인체 유래 체액을 이용해 병원 밖에서도 수분 내에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원리는 과산화효소 반응을 유도해 바이오마커의 존재를 색 변화로 식별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자연 효소가 고가이고 불안정해 현장 활용에 제약이 있었고, 이를 대체해온 효소 모방 촉매(nanozyme) 역시 반응 선택도가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특히 과산화수소를 활용한 진단에서는 하나의 촉매가 색 변화를 유도하는 과산화효소 반응과 반응 기질을 제거하는 카탈레이스 반응을 동시에 일으켜 신호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이에 연구팀은 촉매의 선택성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중심 금속인 루테늄(Ru)에 염소(Cl) 리간드를 3차원적으로 결합하는 독창적인 구조 설계 전략을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 촉매보다 38배 높은 선택도를 구현했으며, 생체 체액 환경(pH 6.0)에서도 안정적인 반응 성능을 유지했다.
◆ 4종 바이오마커 동시 검출…진단 플랫폼 확장성 기대
연구팀은 개발한 단일원자 촉매를 종이 기반 센서에 적용해 포도당, 젖산(락테이트), 콜레스테롤, 콜린 등 4종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별도의 pH 조절이나 분석 장비 없이도 3분 내 색 변화로 결과를 판별할 수 있어, 향후 다양한 질병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우 교수는 "단일원자 촉매의 구조를 설계해 효소 수준의 선택성과 반응성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라며 "선택성 제어가 중요한 다양한 화학 반응 영역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025년 7월 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