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당신이 멍한 하루를 보내는 주범?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수많은 현대인이 겪는 흔한 경험이 있다. 바로 '나도 모르게 SNS를 몇 시간째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미국 웨인주립대학교(WSU)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SNS를 스마트폰으로 오래 사용할수록 낮 시간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가 흔히 '마음이 헤맨다'고 표현하는 현상이 SNS 사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Psychological Reports'에 게재됐다.
◆ 왜 SNS에 빠질수록 멍해지는가?
우리의 의식은 항상 눈앞의 일에 집중할 수만은 없다. 수업 중이나 업무 중, 심지어 운전 중에도 문득 '오늘 저녁 뭐 먹지?'라거나 '어제 그 게시물 누가 봤을까?' 같은 엉뚱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헤맴(Mind Wandering)'이다.
마음의 헤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의도적인 마음의 헤맴'으로, 자신의 의지로 공상이나 계획을 시작하는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자발적인 마음의 헤맴'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어딘가로 방황하는 유형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로, 우리의 집중력을 무의식중에 빼앗아갈 수 있다.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미국에서 18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상황과 마음의 헤맴 빈도를 조사한 연구가 진행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참가자들이 제출한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 정보였다. 이로 인해 자기 보고가 아닌 실제 이용 시간을 기반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가장 사용 시간이 길었던 카테고리는 '소셜' 즉, SNS나 채팅 앱이었다. 평균적으로 주당 17시간 이상, 하루 2시간 반 이상을 SNS에 할애하고 있었다. 더욱이 SNS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자발적인 마음의 헤맴'이 많아지는 경향이 명확히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그 배경에 '온라인 경계심(online vigilance)'이라는 심리적 상태가 있다고 본다. 온라인 경계심이란 "넷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누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등, 항상 온라인 세계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만지지 않을 때조차 무의식적으로 'SNS를 생각하는' 상태다. 즉,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을 때도 마음만은 SNS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온라인 경계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발적인 마음의 헤맴도 많아져, 결과적으로 '주의가 지금 여기에 없는' 상태가 길어진다. SNS에 몰두하는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현실에서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 것은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일 수 있다.
◆ 해결책은 '마음챙김'
하지만 여기서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다. 바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능력이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을 집중하는 힘으로, 명상 등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마음챙김 점수가 높은 사람은 SNS 관련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에 이끌려 스마트폰을 여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 '그것에 따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마음챙김에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 그 자체보다 '마음이 얼마나 SNS에 사로잡혀 있는가'가 일상의 주의력과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왠지 최근 집중이 안 되네", "정신 차려보니 머릿속이 복잡해"라고 느낄 때, 혹시 마음이 SNS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결책으로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힘을 기르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