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아이를 기다린 부부…AI 덕분에 첫 임신 성공

AI로 '숨은 정자' 찾아낸 새로운 치료법 무정자증 치료에 획기적 전환점 될 수도

2025-07-22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8년간 전 세계의 불임 치료법을 시도하고도 임신에 실패했던 부부가,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마침내 첫 아이를 갖게 됐다. 남편의 무정자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자를 찾아내는 데 AI 기술이 도입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 부부는 미국 콜롬비아대 생식의학센터에서 'STAR(Sperm Track and Recovery)'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다. STAR는 고속카메라와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이 탑재된 현미경으로 정자 샘플을 1시간 만에 800만 장 이상 촬영한 뒤, 훈련된 AI가 미세한 움직임과 형태를 분석해 살아 있는 정자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선별된 정자는 즉시 액체 배지에 분리·회수돼 체외수정에 사용된다.

이번 사례에서는 단 3개의 정자를 찾아 체외수정으로 수정에 성공했고, 부부는 마침내 첫 임신 소식을 접했다. 아내는 "너무 많은 실망을 겪은 끝에 기대를 거의 접었었다. 진짜 임신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olumbia University Fertility Center

STAR법은 콜롬비아대 생식의학센터 제브 윌리엄스(Zev Williams) 박사팀이 5년에 걸쳐 개발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전문 기술자가 이틀 동안 찾아내지 못한 정자를 AI는 1시간 만에 44개나 찾아냈다"며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기존의 무정자증 치료법은 정자를 얻기 위해 고환 일부를 절개하고 조직에서 정자를 찾는 수술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수술은 고환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반복이 어렵고, 통증도 크다. 호르몬 투여나 정자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모두 한계가 뚜렷했다.

현재 STAR법은 콜롬비아대 센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비용은 약 3000달러(약 417만 원)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다른 생식의학 센터와 공유해 치료법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도 유사한 방식으로 정자 탐지를 자동화하는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해당 연구의 세반 헤로(Sevan Helo) 박사는 "AI는 수많은 정자 이미지를 학습하며, 정자의 형태와 움직임을 인지해 원하는 대상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STAR법은 의료진의 헌신과 협업의 결과물이며, 아이를 기다리는 수많은 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