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아닌 나무 위에? 인도네시아서 신종 새우 발견

2025-07-21     김정은 기자
탐사팀원 기손 모립(Gison Morib)이 80개의 카메라 트랩 중 하나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xpedition Cyclop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대부분의 사람은 ‘새우’ 하면 물속을 떠올리지만, 이 상식을 뒤엎는 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

영국의 과학전문매체 'IFL사이언스(IFLScience)'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의 깊은 산속에서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새우가 확인됐다. 이 생물은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신속(新属)에 속하며, 물에 잠기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새우, 전혀 새로운 속(genus) 확인

202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Oxford University)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사이클롭스 산맥(Cyclops Mountains)에 진입했다. 이 지역은 극심한 더위, 지진, 말라리아 감염, 맹독 뱀과 거머리 등 극한의 자연환경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그러나 생명을 건 탐사 끝에, 상상조차 어려운 ‘기적’ 같은 발견이 있었다.

연구팀은 해발 고지대의 밀림 속에서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육상성 새우를 발견했다. 기존의 해안이나 강가에 서식하는 갑각류와 달리, 이 새우는 땅 위 혹은 나무 위에서 살아가며 분류학적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속’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클롭스 산맥의 흙과 나무 위에서 발견된 신종 육상 새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xpedition Cyclops.

연구팀의 수석 곤충학자 레오니다스 로마노스 다브라노글루(Leonidas-Romanos Davranoglou) 박사는 “보통 이들의 친척은 바닷가에 서식하기 때문에, 밀림 깊은 곳에서 새우를 발견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새우는 물에 완전히 잠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생리적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사이클롭스 산맥의 높은 습도와 강우량 덕분에, 새우가 빗물이나 공기 중 수분만으로도 호흡할 수 있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새우는 아가미를 통해 물속 산소를 흡수하지만, 이 신종은 공기 중 수분을 활용해 산소를 얻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 60년 만의 재회, 멸종된 줄 알았던 '살아 있는 화석'

이번 탐사는 나무 위 새우의 발견에 그치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포유류, ‘애튼버러 바늘두더지’(학명 Zaglossus attenboroughi)도 재발견됐다. 이 생물은 알을 낳는 포유류인 단공류(單孔類, Monotremata)에 속하며, 뉴기니섬 고산지대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이다. 설치된 카메라 트랩에 우연히 촬영된 영상을 통해 그 존재가 다시 확인됐다.

카메라 트랩에 포착된 애튼버러 바늘두더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xpedition Cyclops.

이 같은 발견은 극한의 자연 환경에서 이뤄진 만큼, 탐사대는 수많은 부상과 질병을 겪어야 했다. 한 연구원은 팔을 두 곳이나 골절당했고, 또 다른 이는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심지어 어떤 대원은 눈에 거머리가 달라붙은 채 하루 반나절 동안 고통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사 연구를 이끈 제임스 켐프턴(James Kempton) 박사는 이곳을 ‘마법 같은 장소’로 표현했다. 그는 “일부는 사이클롭스 산맥을 ‘녹색 지옥’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나는 이 풍경이 마치 톨킨의 책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는 팀원 간의 유대감이 강해지고, 저녁마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며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이클롭스 산맥은 여전히 탐험되지 않은 지역이 많은 ‘진화의 섬’이다. 이번 탐사는 미지의 자연이 지닌 가능성과 복잡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