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책 한 권…외로움과 뇌 건강엔 독서가 더 강했다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AI 챗봇과의 대화가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대학교 임상신경심리학 교수 바버라 사하키언(Barbara Sahakian)은 "실제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외로움 해소와 뇌 건강에는 독서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독서의 심리적·인지적 이점을 강조하는 전문가 견해를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했다.
◆ 단순한 위안 아닌 ‘구조적 변화’…독서의 강력한 효과
사하키언 교수는 먼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고령자 25%, 청소년 5~15%가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고립감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AI 챗봇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평균적인 미국인은 친구가 3명도 되지 않는다”며 챗봇이 인간관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사하키언 교수는 이를 반박하며, 단순한 대화보다 실제 사회적 연결과 인지 자극을 줄 수 있는 ‘독서’가 더 근본적인 해법임을 지적한다.
그는 다양한 독립 연구들을 인용해 다음과 같은 증거를 제시한다.
‘퀸스 리딩룸(The Queen’s Reading Room)’ 조사: 단 10분의 독서만으로 스트레스 20% 감소, 집중력·주의력 11% 향상
‘더 리더(The Reader)’ 조사: 18~34세 중 59%가 독서를 통해 타인과의 연결감 향상, 56%는 팬데믹 기간 외로움 완화 경험
리버풀대학교 협력 설문(4천 명 대상): 독서는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공감 능력 향상, 건강·취미·자기이해 증진에 효과적
◆ 뇌영상과 장기추적 연구도 독서의 힘을 뒷받침
사하키언 교수는 주관적 설문 결과뿐 아니라, 뇌 과학적·의학적 데이터도 소개한다. 사회적 맥락이 포함된 소설을 읽는 동안, 감정 이해와 사회 인지에 관여하는 뇌 영역(등내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뇌영상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한 75세 이상 성인 469명을 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정기적 독서가 치매 발병 위험을 35%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에도 독서는 보드게임·악기 연주 등과 함께 가장 효과적인 활동 중 하나로 평가됐다.
사하키언 교수가 직접 참여한 대규모 뇌 발달 연구(ABCD 연구, 1만여 명 대상)에서도, 어린 시절 자발적으로 독서를 즐긴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청소년기에 더 건강한 뇌 구조, 높은 인지 능력, 낮은 우울·불안 증상을 보였다. 특히 스크린 타임이 짧고, 사회적 관계가 양호하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였다.
◆ “AI는 도구일 뿐…진짜 연결은 사람과 책에서 온다”
사하키언 교수는 챗봇의 한계도 지적한다. 디지털 소통은 일시적인 위안을 줄 수 있지만, 대면 교류처럼 깊이 있는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연구에서도 대면 소통이 정신 건강에 더 유의미한 긍정 효과를 줬다는 분석이 있다.
그는 "기술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모든 답을 주진 않는다"며 "외로움이나 고립감 같은 정서적 문제에 있어서는 독서와 독서 모임이 훨씬 더 깊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든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