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천문대, 차세대 우주 관측 혁신 본격화

2025-06-24     김정은 기자
베라 루빈 천문대의 외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칠레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설치된 베라 C. 루빈 천문대는, 지금까지의 천문 관측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들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한 이 망원경은 ‘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LSST)’이라는 이름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 변화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추적하게 된다.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이 망원경이 본격 가동되면 하늘 전체를 단 3일마다 스캔하며, 매년 수십 페타바이트에 이르는 천문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측 범위와 깊이를 전례 없이 확장시킬 전망이다.

◆ 초대형 카메라와 초고속 스캔이 여는 우주의 시간지도

루빈 천문대의 LSST 카메라는 직경 1.57m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은 시야를 자랑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약 100배 넓은 범위를 단 한 번에 촬영할 수 있으며, 촬영된 이미지는 무려 3.2기가픽셀(32억 화소)에 달한다. 이는 4K 디스플레이 약 1,500장을 한꺼번에 띄우는 수준과 맞먹는다.

LSST 망원경의 핵심인 직경 8.4m의 주 반사경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ubin Observatory 공식 홈페이지

게다가 이 망원경은 단 15초마다 촬영을 반복할 수 있어, 연간 최대 200페타바이트에 달하는 천문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칠레에서 미국으로 광케이블을 통해 실시간 전송되며,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공동 분석에 참여할 수 있다.

LSST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초신성 폭발과 외곽 소행성의 궤도, 은하의 운동 등 다양한 천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우주의 구조와 팽창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관측도 기대된다.

◆ 데이터는 모두에게 개방… ‘협업 관측’의 새 시대

루빈 천문대가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개방성과 접근성이다. LSST가 생성하는 모든 데이터는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누구나 천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거나 분석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관측 시간’을 놓고 경쟁하던 천문학계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하늘의 변화를 감시하고, 새로운 발견을 공유하는 ‘협업 관측’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2025년 말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10년간 이어질 LSST 프로젝트는, 인류가 하늘을 관측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