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뒤흔든 전운…이란, 해협 봉쇄 카드 꺼냈다

2025-06-2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이라크로 확산하며, 중동 전역이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22일 이란 핵시설 3곳을 겨냥한 전날 공습과 관련해 "이란 핵무기 개발을 막는 데 필요했다"며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이란의 정권 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언제라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주말부터 이라크 주재 대사관 일부 직원 철수를 검토하는 한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법제화를 추진하며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긴장은 단순한 양국 간 충돌을 넘어 중동 전체 안보 질서를 흔드는 양상이다.

◆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비상…대사관 일부 철수 검토

미국 정부는 바그다드 미 대사관 일부 직원 철수를 검토 중이며, 바그다드·알 아사드·이르빌 등 이라크 전역의 미군 기지에는 최고 수준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시설을 직접적 보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내 외교공관 보호에 나섰지만,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민병대의 움직임까지 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군 지도부 명의로 "미국이 개입을 지속한다면 중동 어디든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미군 주둔지가 보복의 최우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미군과 민간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중동 지역을 오가는 항공사들도 긴급히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플라이두바이, 에어인디아, 에어아시아 등은 이란과 이라크 영공을 회피하는 노선으로 전환했고, 일부 저비용 항공사는 노선 자체를 일시 중단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법제화…원유 공급망 불안 가중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법제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원유 수송을 무기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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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가운데, 혁명수비대 해군은 무인기와 군함을 추가 배치하며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국제법상 정당한 방어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사실상의 무력 도발로 간주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 지역의 봉쇄 가능성은 원유 가격을 단기적으로 120~13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낳는다.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이란·이라크 지역 체류 국민에 대한 철수 권고를 검토하고, 정유사 협의와 수입선 다변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은 동맹국과 긴급 회담을 열고 중동 해역 내 연합 함대 재편성을 논의 중이며, 일본과 유럽도 자국민 보호와 원유 비축 확대에 나선 상태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 이후 촉발된 이란의 전방위적 보복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에서 비롯됐다. 특히 이라크 내 미군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교차점'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은 군사적 갈등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세계 경제에 중대한 리스크를 안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세에 따라 유가, 환율, 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칠 수 있다며, 각국의 신속한 외교적 대응과 위기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