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 급증: 아이부터 성인까지, 왜 늘고 있나?

전 세계적 확산... 인식 변화와 사회 환경이 원인 지목

2025-06-2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율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동 ADHD 진단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성인 ADHD 진단이 급증하는 등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ADHD가 더 많이 진단되는 추세다. 

이는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진단 기준이 넓어졌으며, 사회 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아동 ADHD 증가의 숨겨진 이유

미국에서는 2022년 기준 아동 9명 중 1명꼴로 ADHD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는 2016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멜리사 다니엘슨 통계학자는 이러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

미국 아동 및 청소년의 ADHD 유병률(2022년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ADHD 진단, 중증도, 동반 질환 및 치료 현황을 분석)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Clinical Child & Adolescent Psychology

첫째, 의사, 부모, 교사,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ADHD 증상을 더 잘 알게 되면서 진단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둘째, 치료법이 다양해지면서 의사들이 ADHD를 진단할 동기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니엘슨은 더 많은 아이들이 진단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과거 ADHD가 '어린 남자아이들의 과잉 행동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여자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아동에게서도 더 잘 진단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비대면 학습 환경이 아이들의 ADHD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부모들이 자녀의 어려움을 더 면밀히 관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나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도 잠재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진단 기준의 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는 자폐증과 ADHD를 동시에 진단하지 않거나, 증상이 7세 이전에 나타나야만 진단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폐증이 있어도 ADHD 진단이 가능하고,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났다면 진단이 허용되는 등 기준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치료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 성인 ADHD, 세계 각국서 '껑충'

ADHD 진단 증가 추세는 아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인 ADHD 진단 환자는 2017년 7,748명에서 2022년 9월 39,913명으로 약 5.1배 늘었다. 영국에서는 25-40세 성인 여성 환자의 약물 복용이 3배 급증했으며, 미국에서도 2020년 이후 성인 ADHD 진단이 증가하여 2023년 기준 성인 인구의 6.0%가 ADHD를 진단받았고, 호주에서도 지난 5년간 ADHD 약물 처방이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성인기에 들어서 뒤늦게 진단받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과 함께,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ADHD 진단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흐름은 질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진단은 늘고 있지만, 실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학교 내 치료 서비스의 중단, 약물 부족, 전문의 진료 예약의 어려움 등이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ADHD 진단율 증가는 이 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관리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많은 이들이 적절한 진단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