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초식 공룡의 식탐, 비밀은 '안 씹고 삼키는 소화'

2025-06-11     김정은 기자
디아만티나사우루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거대한 초식공룡인 용각류(sauropod)가 실제로 어떤 식물을 먹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호주 퀸즐랜드주 와인트로타에서 발굴된 '디아만티나사우루스(학명:Diamantinasaurus matildae)'의 화석 위 내용물 분석 결과, 이 초식 공룡은 다량의 식물을 빠르게 섭취한 '벌크 피더(bulk feeder)'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커틴대학교 스티븐 포로팟(Stephen Poropat) 박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urrent Biology

◆ 위장 안엔 나뭇잎·이끼·꽃가루…자주 찾던 식물 군락까지 드러나

이번에 분석된 화석은 2018년 호주 자연사박물관 발굴팀이 채집한 디아만티나사우루스 개체로, 연구진은 이 공룡에게 '주디(Judy)'라는 별칭을 붙였다. 공룡 뼈 청소 작업 중 우연히 발견된 이 위 내용물은, 단순한 위장 부위 추정이 아니라 공룡의 실제 위장에서 보존된 식물성 잔재로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내용물은 고사리, 이끼, 침엽수 잎, 꽃가루 등 95종 이상의 식물로 구성돼 있으며, 일부는 당시 호주 북동부의 강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던 자주 찾던 식물들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식물은 거의 씹히지 않은 채 보존돼 있었으며, 이는 용각류가 치아를 이용하지 않고 식물을 통째로 삼킨 뒤 위장에서 발효시켜 소화했음을 시사한다.

화석화된 공룡 내장 내용물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tephen Poropat

◆ '움켜쥐듯 먹고, 위에서 발효'…소와 유사한 섭식 전략

연구진은 용각류가 큰 입과 빠른 섭취 능력을 바탕으로 식물을 움켜쥐듯 대량으로 삼킨 뒤, 복부에서 장기간 발효시켜 영양분을 추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오늘날의 소와 유사한 방식이다.

내용물 분석에는 동위원소 조사는 물론, 미세 식물 잔재의 현미경 이미징 등 최신 기술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약 9500만 년 전 백악기 중기의 호주 북동부가 습윤한 환경이었고,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디아만티나사우루스의 골격과 실제 위 내용물 화석(갈색 부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urrent Biology

이전까지 용각류의 식습관은 간접적 증거에 의존해 추정돼 왔으나, 실제 위장 내부에서 보존된 식물성 내용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븐 프로팟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공룡의 생태와 행동을 직접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라며,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식습관의 실체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초식 공룡의 진화 전략뿐 아니라 당시 생태계의 식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형 공룡의 일상적 행동까지도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