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희귀 콘돔, 19세기 성문화와 풍자 담아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약 200년 전 프랑스에서 제작된 콘돔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당시 피임 도구로 사용된 희귀한 소재와 제작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다. 특히 표면에 새겨진 그림은 19세기 도덕관념과 풍자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 예술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 양의 맹장으로 제작, 뛰어난 보존 상태 눈길
1830년경 제작된 이 콘돔은 양의 맹장으로 만들어졌으며 길이는 약 20cm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는 "자외선 검사를 통해 사용 흔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콘돔 표면에는 에칭(etching) 기법으로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과 프랑스어 문구 ‘Voilà mon choix(이것이 나의 선택이다)’가 새겨져 있다.
그림은 수녀와 성직자를 등장시켜 당시 사회적 관습을 풍자한 장면으로, 해당 묘사는 일부 언론 기사에서 모자이크 처리될 정도로 직접적인 성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이 그림이 고대 그리스 신화 '파리스의 심판'을 패러디한 것으로 해석한다. 수녀가 세 명의 성직자 중 한 명을 선택하는 장면은 당시 독신주의와 종교 권위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9세기 성 건강과 피임 인식의 단면 담겨
이 콘돔은 프랑스 파리의 고급 사창가에서 ‘기념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사 유물은 단 두 점뿐일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특히 이 유물은 당시 피임과 성병 예방이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보여준다. 피임 도구가 예술적 표현과 사회 풍자의 수단으로 활용된 점은 19세기 성 인식의 복합성을 잘 드러낸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지난해 경매를 통해 입수했으며, 19세기 성매매와 성 건강을 주제로 한 특별전 ‘안전한 섹스?(Safe Sex?)’의 주요 전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과학 매체 IFLScience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이 콘돔은 원치 않는 임신과 매독 등 성병 예방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던 시대에 감각적 쾌락과 성 건강의 밝고 어두운 면을 모두 담고 있다"며 "19세기 성생활과 매춘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피임 도구를 넘어 당시 사회가 성과 성 건강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