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생물 '거대 갑각류', 실은 전세계 바다에?

2025-06-05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깊고 어두운 심해는 여전히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어떤 생명체가 존재할까.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알리켈라 기간테아(Alicella gigantea)로 알려진 거대 갑각류가 전 세계 해저의 약 60%에 걸쳐 서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심해 생물의 분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 희귀하다고 여겨졌던 '환상의 생물'

알리켈라 기간테아는 이름처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옆새우의 한 종류다. 일반적인 새우와 달리 성체 길이가 최대 30cm에 달하며, 마치 거대한 바닷가재나 가재처럼 보인다. 지금까지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깊은 해구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어 '환상의 생물'로 여겨졌다. 그 서식지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거대한 옆새우는 워낙 깊은 바다에 살고 있어 직접 관찰하거나 채집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주로 심해 탐사 로봇이나 잠수정을 통해 우연히 포착되는 경우가 많아, 그 존재 자체가 신비롭게 여겨져 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조차 알리켈라 기간테아의 생태나 정확한 서식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지 못했다. 이는 넓은 심해를 체계적으로 탐사하기 위한 기술적, 자원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 전 세계 바다 절반 이상이 잠재적 서식지?

하지만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UWA) 연구팀이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최신 연구는 이러한 기존 통념과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전 세계 심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리켈라 기간테아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전 세계 해저 면적의 60%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oyal Society Open Science

이는 단순히 환경이 적합하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이 거대 갑각류가 지구 전체 바다의 절반 이상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바다 깊은 곳에서, 이 거대한 생명체들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심해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켈라 기간테아는 심해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예상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심해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기존 관점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탐사를 통해 알리켈라 기간테아의 실제 서식 범위와 생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가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