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빛이 사라진다? 해양 생태계에 드리운 그림자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태양이 비추는 푸른 바다는 지구 생명의 근원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의 상당 부분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으며,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바다가 어두워지는 이유: 기후 변화의 또 다른 얼굴
대부분의 해양 생명체가 의존하는 것은 햇빛이 투과되는 바다 표면의 '광합성대(Photic Zone)'다. 이곳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며 먹이 사슬의 기초를 이룬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 토마스 데이비스(Thomas Davies) 박사와 플리머스 해양 연구소 팀 스미스(Tim Smyth)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지구변화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3년~2022년) 전 세계 바다의 21% 이상에서 광합성대의 깊이가 줄어들고, 바다의 빛이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연구팀은 NASA 위성 데이터와 수치 모델링을 분석해 이러한 변화를 확인했다. 바다가 어두워지는 주된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순환 변화와 함께, 연안 지역의 영양분 및 유기 물질 유입 증가가 꼽힌다.
육지에서 유입된 영양분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과도한 증식을 유발하고, 이들이 바닷물을 탁하게 만들어 빛 투과를 방해하는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극지방이나 특정 해류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 줄어드는 생명 공간, 생태계 교란 우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의 약 9%에서는 광합성대 깊이가 50미터 이상 줄어들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00미터 이상 감소한 곳도 있었다. 이는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는 3차원적인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에 의존하는 해양 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면 가까이로 이동해야 하고, 이로 인해 먹이와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해양 먹이 사슬의 구조를 바꾸고, 전반적인 해양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해양 생물의 90%가 광합성대에 서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다가 어두워지는 현상은 전 세계 수산 자원과 탄소 순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스 박사는 "바다가 어두워지는 현상은 해양 생태계, 전 세계 어업, 그리고 해양의 중요한 탄소 및 영양소 순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 이 현상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