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있는 습관, 알츠하이머병 위험 높인다
운동량과 무관한 독립적 위험 요소 확인… 뇌 위축 가속화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더라도,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인지 기능 저하와 뇌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메디컬 센터(VUMC)와 피츠버그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노년층의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 인지 기능 저하와 뇌 위축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치매: 알츠하이머 협회 저널(Alzheimer's & Dementia: The Journal of the Alzheimer's Association)'에 게재된 이번 논문은 신체 활동량과 무관하게,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인지 기능 저하와 신경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 인자인 APOE-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게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츠버그대 신경학 조교수인 마리사 고그니아트(Marissa Gogniat)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하루에 한 번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매일 운동을 하더라도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밴더빌트 기억 및 알츠하이머병 센터 설립 이사이자 신경학 교수인 안젤라 제퍼슨(Angela Jefferson) 박사도 "노년층의 뇌 건강에 생활 습관이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은 약 807분, 즉 13시간에 달했다. 좌식 시간이 길수록 인지 기능과 뇌 구조에 뚜렷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으며, 특히 뇌의 회백질 용적과 에피소드 기억 점수가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에 포함된 그래프에서도 좌식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뇌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번 결과는 노화에 따른 뇌 건강 유지를 위해 단순한 운동량보다 '앉아 있지 않는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 움직이고, 하루 전체를 통틀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인지 기능 보호에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습관이 신경 퇴행과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실질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특히 알츠하이머병 유전적 위험이 높은 노년층에게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선행 연구에서는 30분마다 5분씩 가볍게 걷는 것이 최적의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새로운 생활 습관 지침을 제시한다. 단순히 운동을 더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앉지 않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뇌 건강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