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사례, 드론으로 번개 조종

日NTT, 낙뢰 제어 기술 실증

2025-05-27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하늘에서 쏟아지는 번개를 사람이 유도할 수 있다면? 한때는 SF에서나 가능한 상상이었지만, 기술은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일본 통신기업 NTT는 드론을 이용해 번개를 유도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정된 피뢰 설비가 한계에 부딪히는 지역에서 새로운 낙뢰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 드론, 낙뢰 유도하고 비행 이어가

실험은 2024년 12월, 일본 시마네현 하마다시의 산악 지대에서 진행됐다. 전도성 와이어를 장착한 드론이 고도 300미터 상공까지 상승한 뒤, 지상과 연결된 전기 스위치를 통해 주변 전기장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전하가 집중되며 드론 쪽으로 번개가 유도됐고, 낙뢰 이후에도 드론은 비행을 이어갔다. 일부 외장 보호재가 손상되긴 했지만, 핵심 비행 및 제어 시스템은 정상 작동을 유지했다.

드론을 이용한 낙뢰 유도는 기존의 수동적 피뢰 방식을 넘어, 능동적인 낙뢰 제어 기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드론의 기동성과 실시간 전기장 조절 기능은 고정된 피뢰 시설로는 대응이 어려운 지형이나 광범위한 지역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 인프라 보호에서 에너지 활용까지

NTT는 드론에 유도된 번개가 지면에 도달하지 않고 공중에서 소멸되도록 전류 경로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번개를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어 기술까지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이 전기장을 조절해 낙뢰를 유도하는 기술의 원리를 설명한 개념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日NTT 그룹 

해당 기술은 고층 건물, 발전소, 송전선 등 정전기적 위험이 높은 인프라 보호에 직접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는 AI 기반 전기장 분석과 고속 제어 알고리즘을 접목해, 낙뢰 발생 전 실시간 대응 시스템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도 나와 있다.

일본 주요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프라를 위협하는 자연 현상에 기술로 대응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 평가했고, NHK는 "재난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활용 가능성까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실험은 최근 과학 매체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에도 소개됐다. 매체는 "기존 피뢰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서는 접근"이라고 소개하며, "공중에서 낙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도시 기반시설과 기후 대응 전략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단순한 자연재해 대응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낙뢰 에너지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는 기술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은 이제 자연의 위협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단계를 지나,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활용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