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이용해 사냥하는 매 '포착'

미국 뉴저지서 목격된 기발한 전략… 도시 환경 적응력 입증

2025-05-26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이 만든 도시 환경 속에서 야생 동물들이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뉴저지에서 한 매가 교통 신호등을 활용해 사냥에 나서는 장면이 관찰됐다. 

이는 동물의 지능과 환경 적응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 결과는 '프론티어스 인 행동학(Frontiers in Eth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Ethology

조류학자 블라디미르 디네츠(Vladimir Dinets)는 뉴저지에서 관찰된 쿠퍼매(Cooper's hawk)가 보행자용 횡단보도 신호음이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사냥에 나서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신호음은 차량 신호등이 더 오래 빨간불로 유지될 것임을 알리는 소리로, 매는 이를 단서 삼아 차량이 도로에 길게 정차하는 시점을 파악했다. 줄지어 선 차량들은 매에게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엄폐물' 역할을 했다.

쿠퍼매가 매복 중인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Vladimir Dinets

그에 따르면, 이 매는 작은 나무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차들이 늘어선 보도 위를 낮게 비행하다가, 급회전하며 차량 사이를 가로질러 길을 건넌 후 주택가 근처로 돌진했다. 차량 사이에 가려진 시야를 이용해 인도를 따라 활공하고, 먹이를 포착하면 날카롭게 방향을 틀어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주말이나 비 오는 날처럼 차량 통행이 적거나 새들이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이 전략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주변 조건을 고려한 계획적 행동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매는 집참새와 애도지빠귀를 성공적으로 사냥한 것으로 관찰됐다.

집참새를 사냥한 모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Vladimir Dinets

이러한 사냥 방식은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매는 먹이의 이동 패턴과 주변의 시야 구조, 도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타이밍과 경로를 조절하고 있었으며, 이는 우연히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사냥터에 대한 정밀한 공간 정보를 바탕으로, 먹이를 직접 보지 않고도 위치와 접근 경로를 예측해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됐다.

도시 환경은 어떤 새에게든, 특히 살아 있는 먹이를 사냥하는 대형 맹금류에게는 까다롭고 위험한 서식지다. 유리창, 자동차, 전선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피해가며 매일 사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쿠퍼매가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지닌 뛰어난 적응력과 지능 덕분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