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음료 속 성분이 암 키운다
백혈병 세포, 타우린 흡수해 성장 촉진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타우린이 백혈병 세포의 성장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음료에 흔히 들어 있는 이 성분이 암세포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의과대학(UR Medicine) 연구팀은 백혈병 세포가 주변 골수에서 타우린을 흡수해 빠르게 증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1일 발표했다.
타우린은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생선, 육류, 에너지 음료 등에 널리 포함된 아미노산으로, 피로 회복과 면역 증강 등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골수 내 타우린 농도가 높을수록 백혈병 세포의 성장이 촉진됐다. 마치 에너지 음료가 사람의 각성을 일으키듯, 타우린은 암세포의 증식을 가속화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에 사람과 생쥐의 백혈병 세포를 이식한 뒤, 타우린의 흡수를 차단했을 때 암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공동저자인 종양내과 전문의 제인 리스벨드(Jane Liesveld) 교수는 "골수 내 타우린이 백혈병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량 타우린 보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타우린은 그 자체로는 유해 물질이 아니다. 실제로 면역세포 기능을 돕고 위 점막을 보호하는 등 생리적 이점도 많아, 일부 연구에서는 위암 예방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암세포가 타우린을 '오용'하는 사례로, 모든 상황에 적용되기보다는 백혈병 등 골수 환경에서의 특이 반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결과는 암의 대사 과정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항암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전자 돌연변이뿐 아니라 암세포가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고 활용하는지를 파악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 및 암 생물학자인 지비샤 바자즈(Jeevisha Bajaj) 박사는 "백혈병 세포의 타우린 흡수를 차단하는 효과적 방법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