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친구 사귄다"…20년 연구 결과

2025-05-20     김정은 기자
white-browed scrubwre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오랫동안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우정'이 조류에게도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마치 인간처럼 끈끈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새들의 행동이 과학자들의 오랜 관찰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조류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번식이나 생존과 관련된 영역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새들이 단순히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때로는 인간의 '우정'과 유사한 깊은 유대감을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협력 번식하는 '덤불때까치', 혈연관계 없어도 돕는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는 협력 번식을 하는 새로 알려진 '덤불때까치(white-browed scrubwren)'의 사회적 행동을 20년 넘게 추적 관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 지나 그린(Ginna Gree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에 서식하는 작은 새의 일종인 덤불때까치들이 혈연관계가 없는 개체들 사이에서도 서로 돕는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white-browed scrubwre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연구팀은 덤불때까치들이 둥지를 짓거나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관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도움 행동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준 개체가 나중에 다른 개체로부터 보답을 받는 '호혜적 이타주의'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혈연관계에 기반한 이타적 행동과는 다른, 사회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상호작용임을 시사한다.

white-browed scrubwren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 까마귀, 위험 공유하고 함께 방어…유사한 우정 행태 보여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도 나왔다. 뉴스 웹사이트 '컬럼비아 뉴스'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 역시 인간의 우정과 유사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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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까마귀들이 특정 개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먹이를 공유하며,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보호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까마귀들이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가 위험에 처했을 때,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는 새들 역시 복잡한 사회적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밝혀진 새들의 사회적 행동은 우리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우정'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단순히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여겨졌던 우정이, 어쩌면 더 넓은 범위의 동물 사회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