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유전자 치료, 9개월 아기 생명 살려
세계 최초 개인 맞춤 유전자 편집 치료 성공 생명윤리 우려 적고 미래 유전자 치료 길 열어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한 아기의 생명이 최첨단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로 위기에서 극적으로 회복됐다.
130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병 ‘칼바밀린산합성효소 결핍증(CPS1 결핍증, 체내 독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하는 병)’을 앓던 생후 9개월 반의 아기가, 세계 최초로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통해 생명의 위기를 극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의료진이 개발한 이번 치료는 환자의 유전적 변이에 정확히 대응하는 ‘맞춤형’ 점적 투여법(정맥 주입)으로, 기존 치료법이 한계에 부딪힌 극소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 기존 치료법 한계와 맞춤 유전자 치료 등장
CPS1 결핍증은 간에서 단백질 대사 부산물인 암모니아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뇌 손상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전통적 치료법은 단백질 섭취 제한과 약물 투여를 병행하지만, 급성 악화 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남기며 생명을 위협해왔다.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는 CRISPR 기술을 응용해 아기의 DNA 내 특정 변이만을 정밀 교정하며, 치료 효과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세 차례 점적 치료 후 아기는 약물 복용량을 크게 줄였고, 단백질도 정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치료법은 희귀 유전자 질환 환자마다 다른 유전적 변이를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기존 일괄적 치료와 차별화된다. 빠른 개발과 적용이 가능해 희귀질환 연구가 비용과 시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의료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미래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과 생명윤리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근본적 유전자 결함을 바로잡아 기존 치료법이 불가능했던 병증 개선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향후 더 일반적인 유전자 질환인 낫적혈구빈혈,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병, 근이영양증 등에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
이번 치료법은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만을 대상으로 해, 유전적 영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우려가 적고, 생명윤리적 논란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사회적 수용성도 높다. 다만 장기 안전성과 치료 지속성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며, 환자 접근성 확대와 비용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국장인 피터 마크스(Peter Marks)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는 단순히 한 아기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기술"이라며 "앞으로 치료 비용이 크게 낮아지고, 다양한 유전자 질환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희귀 유전자 질환 환자들에게 이번 맞춤형 치료법은 큰 희망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연구 지원과 의료진의 헌신이 만들어낸 이번 성과는 유전자 치료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