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고 찢겨도 멀쩡?…'만능 배터리' 등장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 스마트폰부터 로봇청소기까지, 충전식 배터리의 대명사인 리튬이온 전지는 현대 사회의 필수재다. 하지만 대부분 딱딱한 외장 속에 갇혀 있어, 내부의 유해하고 인화성 강한 전해질 누출을 막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늘어나고, 휘어지고, 심지어 찢어져도 스스로 복원되는 '살아 있는 배터리'가 등장하며, 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자유자재로 변신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배터리
미국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리웨이 린(Liwei Lin) 박사 연구팀은 최근 높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뛰어난 신축성과 자가 복원 능력을 갖춘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혁신적인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수분 함량이 적은 하이드로겔 전해질'이라는 새로운 소재에 있다. 이전에도 젤 형태의 전해질을 이용한 유연한 배터리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낮은 전압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하거나, 환경에 유해하고 값비싼 플루오르화 화합물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린 박사 연구팀은 플루오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리튬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수성 하이드로겔을 개발하여, 기존 젤 배터리(약 1.23V)의 두 배가 넘는 3.11V까지 안정적인 출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전지의 뛰어난 신축성과 회복력이다. 마치 고무처럼 자유롭게 휘어지고 꼬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반으로 잘라낸 후에도 스스로 원래 형태로 돌아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자가 복원 능력은 전지 내부 분자들이 '가역적인 수소결합'(reversible hydrogen bonding)이라는 분자 간 연결 방식을 통해 가능해졌다.
실제 실험에서 이 배터리는 최대 500회의 충·방전 사이클을 거치는 동안에도 평균 95% 이상의 높은 에너지 효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 웨어러블 기기의 배터리 혁명을 꿈꾼다
연구팀은 이 혁신적인 배터리가 특히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될 경우,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팀의 안주 툴(Anjue Tool) 박사는 "이 배터리를 스마트워치 밴드에 통합한다면, 기존 배터리 용량 대비 두 배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일주일에 한 번 충전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개발된 자가 복원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아직 상용화된 리튬이온 전지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앞으로 새로운 구성 물질을 탐색하고 제조 공정을 혁신하여 에너지 밀도를 꾸준히 높여, 상용화 수준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페이셴 허(Peixian He) 박사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이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마침내 현실로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딱딱한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휘어지고 찢겨도 다시 붙는, 꿈같은 배터리. UC버클리 연구팀의 혁신적인 기술은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동력원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