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뺑뺑이'를 아시나요?...SK텔레콤 매장 찾는 인파 '북새통'
SKT 측 “우린 유심 제조 업체 아냐…당장 유심 수급 어려워” 유심 교체 대기자 명단 수기 작성…2차 개인정보 노출 ’우려‘
|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통신 브랜드 1위 SK텔레콤이 말입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유영상 대표라는 분, 기자회견 당시 당장이라도 유심 지급 다 할 것처럼 떠들더니 이게 뭡니까? 처음부터 이용자 대비 수급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으면 이렇게 헛고생할 필요 없잖아요.” (SK텔레콤 이용자)
벌써 나흘째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의 ’SKT 이용자들이 원하면 유심(USIM)을 무료로 교체해 줄 것‘이던 공언은 ’희망고문‘으로 전락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불안감에 잠 못 이룬 SKT 이용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뿐 아니라 SK텔레콤, T월드 간판만 보이면 몰려드는 북새통에 지역 대리점도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러 언론사를 대동한 기자회견 당시만 하더라도 당장 해결할 것처럼 호기를 부렸던 유영상 대표의 확신에 찬 약속이 엿새나 지난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은 것에 피해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신 강국 코리아의 망신살‘…로 영원히 기억될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는 국내 통신 브랜드 3사 중 1위 기업의 심장부를 제대로 할퀸 매머드급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전무후무한 해킹 사태를 대하는 SKT 경영진의 모습도 1등 브랜드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너무나 가볍게 던져버린 SK텔레콤 최고 수장 유영상 대표의 선심성 ’유심 교체‘ 희망고문의 결과는 가입자 2500만 명의 명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유영상 대표의 희망고문은 이용자뿐 아니라 현장에서 서비스에 나선 대리점 등 시장 혼란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수급 자체가 어려워 언제 손에 잡힐지 모를 유심을 기다리기 위해 대기한 명단만 기본 1200명을 넘어섰고 몰려든 이용자들의 성난 목소리에 대리점들은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국의 매장은 유심 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유심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해 매장 곳곳은 ’유심 재고 없음‘을 공지하고 대기 명단만 작성하고 있다. 그나마도 언제 수급을 받을지 모르는 만큼 이용자, 대리점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영상 대표 SK텔레콤 이용자들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 발언-SKT 대리점 현황 / 영상 편집 임지훈 PD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이 팽배한 일부 이용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매장뿐 아니라 타 지역 매장까지 넘나드는 이른바 ’유심 뺑뺑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우리 동네 SKT 매장을 여럿 다녔는데 도저히 유심을 구할 수 없어서 전자상가가 있는 용산, 그리고 영등포 등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유심 찾아 뺑뺑이 돌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유심 교체 서비스를 한다면서도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순차적으로 지급될 것이라고 공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가족 모두 SKT 패밀리로 묶여 있다는 50대 B씨는 “당장이라도 될 듯 유심 교제 운운해놓고 물량 부족한 탓에 욕 먹으니까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하면 안전하다는 SK텔레콤의 문자, 뉴스를 보면 더 화가 치민다.”면서 “왜 사고는 본인들이 쳐놓고 왜 우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고 불안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입자 2500만 명의 해킹 불안감이 이토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도 SK텔레콤 측은 자신도 조금은 억울하다는 스탠스를 내비치고 있다.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데일리포스트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자사가 유심을 제조하는 업체도 아니고 무엇보다 유심 제조하는 업체들도 뭐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설비를 늘리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5월 말까지 500만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지금 갑자기 (유심) 수급은 어렵다.”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심장부를 공격 당한 것도 부족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말 그대로 휘청거리고 있다. 설상가상 지키지도 못할 ’말 한마디 잘못한 탓에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의 체면도 여지없이 구겨졌다.
분명한 것은 IT 통신 최고 브랜드 입장에서 자기 마케팅만 앞세웠던 기업이 정작 자신의 방어에는 취약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래 먹거리 최우선 산업은 ‘AI (인공지능)’라며 연일 추켜세웠던 최태원 회장의 경영 구상과도 철저히 배치되는 부분이다. 기업의 총수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SK의 미래 혁신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핵심 계열사는 심장부를 제대로 강타 당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현장 대리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기 업무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의 유심 교체를 위해 방문한 이용자들의 격앙된 반응을 일일이 대응해야 하니 말이다. ‘유심 있어요?’ ‘왜 없어요?’ ‘언제 오나요?’ ‘있으면서 감춘 것 아냐?’라는 핀잔을 받고 있는 대리점 관계자들은 이제 SKT 가입 상담 보다 해지 상담에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한다.
인천 미추홀구 소재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우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이틀전까지만 하더라도 1800명대 유심 교체 대기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수급 자체가 불투명하고 본사에서는 무조건 기다려 보라고만 한다. 유심 내놓으라며 언성을 높이는 손님과 해지하겠다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손해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유심 교체 시행 나흘 만에 1만 명의 대기자들이 몰린 한 대리점 매장 내 입구에는 A4 크기 용지 대기 명단이 마련됐다. 매장 직원은 작은 테이블에 볼펜과 함께 여러 장 묶음으로 비치된 대기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수기로 작성하는 대기 명단에는 벌써 12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자신의 실명과 휴대폰 번호를 기재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 이용자들에게 무방비로 마련된 대기 명단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다.
공정한 시민연대 김동환 간사는 “통신사의 해킹 피해를 받고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심 교체 대기를 위해 수천, 수만 명이 될 수도 있는 이용자들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된 수기 대기표가 아무렇게나 방치됐다는 것은 심각한 2차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