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콘텐츠, 뇌와 관계를 망친다…과학적 경고
뇌 변화부터 인간관계 손상까지 드러난 과학적 경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포르노는 흔하다. 하지만 무해할까?"
뇌과학과 심리학은, 이 질문에 점점 더 명확한 '아니오'를 던지고 있다.
콜로라도대학 앤슈츠 메디컬캠퍼스 정신의학과 조교수 다니엘 수케닉(Danielle Sukenik) 박사는 호주 온라인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포르노 사용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뇌의 보상 시스템과 인간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쾌락만 남기지 않는다…뇌의 회로를 바꾸는 콘텐츠
문제적 포르노 사용은 공식 진단 체계(DSM)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다양한 심리·행동 문제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자주 지목된다. 대표적인 특징은 "줄이려 해도 줄이지 못하는" 통제력 상실이다.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수행돼 『JAMA Psychiatry』에 실린 연구는, 포르노 사용이 뇌의 보상 회로와 전전두엽 연결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뇌영상 기반으로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포르노를 자주 시청한 남성의 뇌에서는 보상 시스템의 활동성이 감소하고, 의사결정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의 연결성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엔 관심 없거나 불쾌하게 여겼던 콘텐츠에 점차 끌리게 됐다고 답했다. 이는 반복된 자극에 뇌가 익숙해지며 점차 감각이 무뎌지고, 더 극단적인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포르노는 어떻게 관계를 손상시키는가
포르노는 단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포르노 사용은 파트너와의 정서적 유대감, 성적 만족도, 관계의 안정성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 성관계보다 자극이 떨어지는 현실에 실망감을 느끼거나, 관계에서 감정적 거리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2021년 조사(JMIR Public Health and Surveillance)에 따르면, 18~35세 남성 중 약 20%가 최근 성적 반응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존 동일 연령대의 통계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청소년기 노출은 더욱 우려된다. 2022년 미국 조사에서는 13~17세 청소년의 73%가 포르노를 본 경험이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13세 이전에 처음 접했다고 답했다. 10세 이전 노출도 15%에 달했다.
급속히 재편성되는 10대의 뇌에서 포르노는 공격성 증가, 충동 조절 저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유럽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포르노 노출이 많은 집단일수록 규칙 위반과 공격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말하지 못한 사용'을 드러내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다니엘 수케닉 박사는 "포르노 사용에 대해 파트너와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