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고 들어온 실내...세균·중금속 오염 주의보
바닥부터 공기까지… 신발이 만든 실내 오염 경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잠깐 신발을 신었을 뿐인데, 집 안 공기가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신발을 신은 채 실내를 오가는 행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바닥을 통해 집 안으로 유입되는 세균과 유해 화학물질은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키고,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미생물학자 마날 모하메드(Manal Mohamed) 교수는 호주의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를 통해 "신발을 벗는 습관은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실내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과학적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 신발이 옮기는 세균과 유해물질
모하메드 교수에 따르면 신발은 거리, 공공장소, 화장실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의 오염물질을 고스란히 실내로 옮겨온다. 신발을 벗지 않은 채 실내를 오가면, 집 안 곳곳에 병원균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아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외용 신발의 96%에서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이 검출됐다. 신발 한 켤레당 평균 42만 개 이상의 세균이 존재하며, 일부는 폐렴을 일으키거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성 세균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세균은 면역력이 약한 유아, 고령자, 반려동물에게 더 큰 위험이 된다.
뿐만 아니라, 신발은 아스팔트, 주차장, 공업 지역 등에서 접촉한 유해 화학물질과 중금속도 실내로 들여올 수 있다. 잔류 물질은 실내 먼지에 축적되어 납, 카드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발암 가능성 물질로 변질될 수 있다.
모하메드 교수는 일부 물질이 실외보다 실내에서 최대 37배 높은 농도로 농축된 사례를 언급하며, "무심코 신은 신발이 실내 공기와 먼지를 오염시키고,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익숙한 습관의 과학적 의미
한국처럼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다. 이번 연구는 이 습관이 과학적으로도 실내 위생과 건강을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늘어난 요즘, 신발을 벗는 단순한 행동이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익숙하다고 당연히 여겼던 행동들에도, 사실은 과학이 뒷받침하는 깊은 이유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