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을 깨는 건 불안이 아니라 기쁨일지도?

"기쁨조차 경기력을 흔들 수 있다"는 스포츠 심리학의 조언

2025-04-25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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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집중을 방해하는 건 불안과 초조함만이 아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감정이 고조될수록 집중은 오히려 흔들리기 쉽다. 흥분, 성취감,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조차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운동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때 흔히 "몰입 상태"에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플로우(flow)" 또는 "존(zone)"이라 불리는 이 상태는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외부 자극에도 방해받지 않는 깊은 집중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 상태는 생각보다 쉽게 깨진다. 불안이나 긴장뿐 아니라, 기쁨이나 환희도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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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문지 《Psychology Today》는 기쁨처럼 긍정적인 감정조차 집중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포츠 심리학자 데이비드 유델프(David Yudellf)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즐거움은 인간적으로 당연한 감정이지만, 경기력 향상이라는 목적을 유지하려면 감정과 약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유델프 박사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 지나치게 흥분한 소년이 이후 한 시즌 내내 부진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감정은 당신을 흔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당신은 의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델프 박사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인식하고 수용하는 방식의 훈련, 이른바 "수용과 헌신 치료(ACT)"를 스포츠 심리에 접목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감정을 인식하면서도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감정은 제어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훈련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몰입은 감정의 한가운데보다는 그 바깥에서 찾아온다. 감정이 클수록 방심하기 쉬우며, 기분이 좋을수록 흐름은 쉽게 흔들린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감정의 크기를 즐기기보다 다시 기술과 집중으로 돌아오는 태도가 필요하다.

유델프 박사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감정을 인식하고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이 경기력은 물론 삶의 질까지 좌우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