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빛 없이 떠도는 외로운 블랙홀 정체 밝혀내다
동반성도, 빛도 없이…은하계를 떠도는 블랙홀, 중력으로만 확인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별과 짝을 이루지 않고, 빛도 내지 않으며 은하계를 떠도는 블랙홀이 있다.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흔적조차 없다. 다만, 중력만이 유일한 단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최근 이처럼 홀로 존재하는 블랙홀의 실체를 포착하고,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5,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방향에 위치해 있다. 2011년 7월, 이 블랙홀이 어두운 별 앞을 지나며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켰고, 해당 별의 밝기와 위치가 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처음 이 천체에 주목한 것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허블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위치 데이터였다. 이후 2021~2022년의 추가 관측 자료와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 데이터가 더해지며 분석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NASA 산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카일래시 C. 사후(Kailash C. Sahu) 박사 연구팀은 2022년, 이 천체가 고립형 블랙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중성자별일 가능성을 주장한 반론도 있었지만, 이후 분석 결과 질량이 태양의 약 7.1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쟁은 종결됐다.
이 수치는 중성자별이 가질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질량을 넘는 수치로, 해당 천체가 블랙홀이라는 점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년 4월 20일자에 정식 게재됐다.
사후 박사는 "현재까지 발견된 블랙홀은 모두 동반 별이 있었지만, 이번은 그 어떤 동반성도 없이 홀로 존재하는 블랙홀을 직접 확인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 블랙홀은 본래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초신성 폭발 후 붕괴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면 중심부가 중력에 의해 붕괴하며 블랙홀이 된다.
주변 물질까지 집어삼키는 중력의 힘 때문에 '우주의 블랙박스'로 불리지만, 이번처럼 고립형 블랙홀은 아무것도 삼키지 않아 존재를 파악하기 더욱 어렵다. 그 과정에서 동반성을 잃고 은하계를 떠도는 '우주의 외톨이' 블랙홀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블랙홀은 대부분 동반 별의 움직임이나 주변 물질 흡수 현상으로 간접적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중력 하나만으로 존재를 입증한 사례는 최초다.
연구팀은 이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은하 내에 고립형 블랙홀이 수천 개 이상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2027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을 통해 본격적인 탐색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