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빛 없이 떠도는 외로운 블랙홀 정체 밝혀내다

동반성도, 빛도 없이…은하계를 떠도는 블랙홀, 중력으로만 확인

2025-04-23     김정은 기자
블랙홀 상상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별과 짝을 이루지 않고, 빛도 내지 않으며 은하계를 떠도는 블랙홀이 있다.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흔적조차 없다. 다만, 중력만이 유일한 단서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최근 이처럼 홀로 존재하는 블랙홀의 실체를 포착하고,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5,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 방향에 위치해 있다. 2011년 7월, 이 블랙홀이 어두운 별 앞을 지나며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켰고, 해당 별의 밝기와 위치가 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처음 이 천체에 주목한 것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허블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위치 데이터였다. 이후 2021~2022년의 추가 관측 자료와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 데이터가 더해지며 분석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구상성단의 모습. 수천 개의 별이 중력으로 묶여 밀집된 이 구조는, 고립형 블랙홀이 발견된 궁수자리 방향의 배경과 유사한 환경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ESA

NASA 산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카일래시 C. 사후(Kailash C. Sahu) 박사 연구팀은 2022년, 이 천체가 고립형 블랙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에는 중성자별일 가능성을 주장한 반론도 있었지만, 이후 분석 결과 질량이 태양의 약 7.1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쟁은 종결됐다.

이 수치는 중성자별이 가질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질량을 넘는 수치로, 해당 천체가 블랙홀이라는 점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년 4월 20일자에 정식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Astrophysical Journal

사후 박사는 "현재까지 발견된 블랙홀은 모두 동반 별이 있었지만, 이번은 그 어떤 동반성도 없이 홀로 존재하는 블랙홀을 직접 확인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 블랙홀은 본래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초신성 폭발 후 붕괴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면 중심부가 중력에 의해 붕괴하며 블랙홀이 된다.
주변 물질까지 집어삼키는 중력의 힘 때문에 '우주의 블랙박스'로 불리지만, 이번처럼 고립형 블랙홀은 아무것도 삼키지 않아 존재를 파악하기 더욱 어렵다. 
그 과정에서 동반성을 잃고 은하계를 떠도는 '우주의 외톨이' 블랙홀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블랙홀은 대부분 동반 별의 움직임이나 주변 물질 흡수 현상으로 간접적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중력 하나만으로 존재를 입증한 사례는 최초다.

연구팀은 이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은하 내에 고립형 블랙홀이 수천 개 이상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2027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을 통해 본격적인 탐색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