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어쩌면 우리 모두 기후파괴자일 수 있다

2025-02-03     송협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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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나만 지키면 뭐하나요? 다들 제멋대로 쓰고 버리는데, 내가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살아봤자 남들이 볼 때 나만 바보 되는 것 아닌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내 탓이 아니야. 어쩌면 산업 발달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류 모두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 김OO)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오래전에 말이다. 어느 여 가수의 노랫말처럼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볼수록 아름다운 산과 들~’ 40년도 더 지난 세월의 그 노랫말처럼 ‘뚜렷한 사계절’은 이제 추억이 됐다.

오래전 농경 사회에서 벗어나 산업화 시대로 접어든 인류는 조금씩 발전의 속도를 높이면서 이제 하룻밤 새 문명이 빠르게 진화하는 초현실 시대에 들어섰다.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여기에 드론과 자율주행이 산업화 시대의 정점에 도달했음을 방증한다.

IT 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는 인간의 일상에도 빠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매일 매일 생산되면서 인간의 나태함을 자극하고 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사용하는 모든 것의 간편함,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버려지는 것들이 산을 이루고 강을 메우며 환경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초현실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다. 정말 미칠 것만 같았던 그 덥고 습했던 기형적 더위를 날카롭게 얼굴을 후비는 겨울에도 몸서리가 처질만큼 잊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턱 막히고 뜨거웠던 그 열기를 말이다.

웅~웅 거리며 몸통을 흔들고 나선 에어컨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 살인적인 더위를 견딜 수 있었나.를 연신 읊조리는 그 순간에도 나는 기후를 위협하는 또 한 명의 파괴자가 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더위로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거머쥔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잔은 1년에 몇 개를 버려야 했나?

수없이 많은 일회용 생활 폐기물 중 머릿속에 떠오른 플라스틱 커피잔을 사용하는 나와 같은 ‘환경 파괴자’들은 전 세계에 몇 명이나 있을까? 진짜 나는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파괴자’인가를 되뇌이며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변명을 직설적으로 꼬집은 ‘토마스 브루더만’의 저서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를 통해 기후를 마주하고 있는 인간의 변명을 점철한 단어의 입자들을 마주한다.

‘기후파괴자’…인류의 삶을 너무도 편리하게 만든 초현실 문명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돌연변이로 전락하고 있다. 이 기형적 문명이 초래할 파괴된 지구의 생태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물론 지구를 고의로 파괴하는 사람은 없다. 머리론 생태계 보전을 중시하고 입으론 기후정의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폭염에 과도한 전력 소비를 일삼고 코로나 이후 보복성 해외여행이 폭증해 항적운 등 숱한 기후파괴를 자행하면서도 구구한 변명 일색 현실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기후 친화적으로 못 바꾸게 만드는 다양한 심리적 장벽이 어디서 오며, 그것들이 어떻게 기후 친화적 행위를 집요하게 방해하는지를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의거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 동기부여 하며 자발적으로 기후 친화적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후 친화적 삶을 부르는 구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후-생태 위기는 도구적 자연관과 인간중심주의 등 우리들 마음의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자원이나 개발 대상으로만 보는 도구적 자연관의 폐해, 생태계가 인간 삶의 터전임을 깨우치는 전체론적 사고, 생태계 일원으로서 인간의 생태적 배태성 등 어릴 때부터의 생태 소양 교육, 생태 윤리 학습의 정례화는 마음의 생태학을 가꾸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기후변화의 핵심 변수라면 사람을 기후친화적으로 키우는 혹은 기후파괴에서 최소한 벗어나려는 성찰적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할 만하다. “포기하는 순간 핑계를 찾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는다”란 말이 있다.

생태교육, 윤리 논의는 좀 아쉽지만, 지구 보일링 시대에 짐승스런 편리에 빠진 우리의 얄팍한 마음과 변명을 앞세운 행동이 생태 발자국을 크게 낳음을 성찰하며 기후보호,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깨우치는 데 유용한 저서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