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교란, 대사가 뇌보다 적응 빨라

2024-12-23     김정은 기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의 체내는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리듬(circadian rhythms)'에 의해 제어된다. 생체리듬은 수면·각성·호르몬·심박수·혈압·체온 등 일정한 주기(보통 24시간)에 따라 반복적인 패턴으로 나타난다. 

실험 참여자의 생활 리듬을 한 번에 5시간 늦추는 실험 결과, "대사는 뇌보다도 빠르게 생체리듬 변화에 적응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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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체리듬은 생활환경 등에 맞추어 조절되고 있는데, 철야나 교대 근무 등으로 수면 사이클이 흐트러지면 생체리듬에 교란이 나타나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생체리듬과 환경을 12시간 늦춘 연구에서는 실험 참여자의 대사에 변화가 생기고 혈당 조절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2시간보다 적은 생체리듬 혼란에 따른 영향과 회복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 연구팀은 남녀 실험 대상자의 환경 및 행동 패턴을 5시간 늦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는 평균 약 45세로 전체적으로 과체중 경향을 보였지만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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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서는 1일차(Day 1)에 정상적인 생활리듬으로 지내게 하고, 2일차(Day 2)에는 취침시간을 5시간 늦춰 생체리듬을 교란시켰다. 그리고 뇌 속 시계의 바이오마커로 불리는 멜라토닌 농도와 하루의 주관적 졸음 및 각성도를 측정했다. 또 혈액을 채취해 다양한 대사의 바이오 마커에 대한 측정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생체리듬과 환경에 5시간의 차이가 생긴 직후부터 저녁 무렵 졸음이 늘고 각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멜라토닌 농도의 변화도 나타나 서서히 체내 시계가 조절되기 시작했지만 5일 동안의 실험 기간 내에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반면, 대사는 5시간의 차이가 생긴 후 ▲식사에 따른 에너지 소비 감소 ▲아침 식사 후 위(胃) 내용물이 장으로 이동할 때까지 시간 지연 ▲혈중의 당과 중성 지방 재조정 등의 수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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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과 멜라토닌 농도와는 대조적으로 대사와 관련된 모든 변화는 실험 기간인 5일 동안 완전히 재조정되었다. 일부 변화는 불과 3일 내에 재조정된 것으로, 생체리듬 혼란에 대한 대사 회복은 주관적인 졸음이나 체내 시계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체리듬의 교란은 대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러한 대사 장애는 졸음이나 각성도 변화보다 작고 단기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은 교대 근무나 비행기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전 세계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