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는 잡식성?...들쥐 사냥해 먹는 모습 포착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다람쥐'하면 나무 열매 등을 입안 가득 넣어 볼이 통통한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야생 다람쥐는 때로 곤충이나 물고기 시체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서식하는 다람쥐를 관찰한 새로운 연구에서 다람쥐가 들쥐의 목을 물어 제압해 죽인 후 먹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동물행동학 저널(Journal of Ethology)에 게재됐다.
모든 다람쥐가 초식성은 아니다. 지금까지 30종의 다람쥐가 작은 물고기나 새 등의 고기를 먹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육식 행위가 우연히 발견한 동물 사체를 먹을 뿐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동물을 사냥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와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브리온스 리저널 공원(Briones Regional Park)에서 2013년부터 동물 관찰을 진행해 왔다. 그 일환으로 2024년 6월 10일부터 7월 30일에 걸쳐 땅다람쥐와 들쥐의 상호작용에 대해 조사했다.
기간 중 땅다람쥐와 들쥐 사이의 상호작용 장면은 74건 확인됐는데, 이 중 42%는 땅다람쥐가 들쥐를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연구는 다람쥐의 쥐 사냥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첫 연구다.
아래 그래프는 땅다람쥐의 들쥐 사냥과 섭식 건수를 나타낸 것이다. 섭식(consumption) 건수는 하늘색, 사냥(hunting) 건수는 주황색, 합산(total) 건수는 검정색으로 표시했다.
다람쥐의 사냥은 공원 내에서 들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7월 초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다람쥐가 식량 가용성 변화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람쥐 개체가 식별 가능한 51건은 서로 다른 27마리의 다람쥐로 확인돼, 특정 다람쥐뿐만 아니라 여러 다람쥐가 쥐를 사냥하고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 공저자인 UC데이비스의 소냐 와일드 박사는 "처음 목격했을 때는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관찰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같은 행위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실제로 땅다람쥐가 들쥐를 포획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연구팀은 땅다람쥐가 들쥐를 사냥하기 위해 ▲낮게 쪼그리고 앉는다 ▲잡으려고 쫓는다 ▲달려든다 ▲목을 물어 죽인다 등 일반적인 포식동물의 사냥 행동을 다수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위스콘신 대학 제니퍼 스미스 박사는 "다람쥐가 다양한 해발고도에 서식하며 다양한 식물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람쥐가 쥐의 급증에 적응한 속도는 매우 인상적이고 놀라운 일이다. 다람쥐는 과거에 이 같은 행동이 관찰된 적이 없다. 야생동물은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