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태계 올인"...화웨이, 최신 AI 반도체 양산 선언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산을 곧 시작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항하기 위한 '어센드(Ascend) 910C(중국명 성텅 910C)'를 2025년 1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 샘플을 일부 중국 IT 기업에 출하했으며 수주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체 기술로 새 AI 칩 생산...과제는 낮은 수율
영국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수출규제의 직격타 속에 화웨이는 독자 기술 활용해 그 영향을 피해왔다.
어센드 910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중신궈지)가 제조한다. 하지만 SMIC는 최신 노광 장비(Lithography)를 이용할 수 없어 수율은 약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상업 생산에는 70% 이상의 수율이 필요한데, 화웨이 현행 반도체 어센드910B의 수율도 약 50%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생산 목표를 대폭 낮춰야 했고 제품 인도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반도체 고객 중에는 틱톡(TikTok)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중국 최다 검색업체 바이두, 국유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 등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올해 어센드 910B 칩을 10만개 이상 발주했지만 7월 기준 인도받은 것은 3만개 미만에 불과하다. 다른 중국 기업들도 유사한 납기 지연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 美규제 허점 노리는 화웨이 AI 굴기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을 대상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이 이어진다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리스트(EL·Entity List)에 추가된 SMIC는 미국과 그 동맹국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치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은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광장치 기술의 독점업체다. 미국은 2022년 ASML 측에 최첨단 기술 이외에도 중국 수출을 중단하도록 제재 강화를 요청한 바 있다.
네덜란드 ASML의 극단자외선(EUV) 노광장치를 구입할 수 없는 SMIC는 심자외선(DUV) 노광장치와 멀티패터닝 기술을 이용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중국 반도체 제품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대만 TSMC 제품보다 성능 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SMIC 제품의 보완을 위해 TSMC 반도체를 우회적으로 입수했을 것이란 의구심이 높아졌다.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TSMC는 자사 코어 회로가 화웨이 어센드 910B에서 발견됐다고 미 상무부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중국에 거점을 둔 칩 제조업체 '소프고(SOPHGO)'에 제품 출하를 중단했다.
TSMC 측은 어센드910B와 유사한 설계 칩을 주문한 고객사(소프고)에 제공한 칩이 최종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가 중개회사를 앞세워 대리 주문하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는 TSMC에 중국 고객용 첨단 AI 반도체의 출하를 중단하고 수주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재 강화 속에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노광장치는 물론 조립검사 공정 등 반도체 공급망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 美, 반도체 장비 中 수출 더 옥죈다
미국의 제제 압박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2월 2일(현지시간) 마지막으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안을 내놨다. 중국이 우회경로로 첨단 제품을 입수하거나 독자 개발로 규제를 피해나가자, 핵심 부품 공급까지 틀어막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AI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판매를 제한하고 ▲중국이 이용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범위를 좁혔으며 ▲이미 화웨이 등을 대상으로 한 거래제한 리스트에 중국 기업 140개사를 추가했다.
이번 수출 통제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 밖에서 생산한 제품일 지라도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가 사용됐다면 통제의 대상이 된다. 또 오는 1월 백악관에 복귀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 강경노선의 무역 규제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