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가족뿐 아니라 가까운 친구와도 공유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인간의 장내 세균이 건강 상태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장내 세균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아메리카 온두라스의 고립된 정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장내 세균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사회적으로 밀접한 사람과 유사해진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예일대가 주도한 미국 연구팀은 2013년 온두라스에서 시작된 대규모 의료 프로젝트 데이터를 이용해 고립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장내 세균총(bacterial floraㆍ장내 미생물 집단)'을 조사했다. 장내 세균총 분석은 프로젝트 참여자가 스스로 대변샘플을 채취해 현지팀이 샘플을 미국으로 보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의료 프로젝트는 공중위생 기관 및 현지에 머문 연구팀의 협력으로 진행됐으며, 단순 연구뿐만이 아니라 주민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목적도 있었다.
프로젝트에는 176개 촌락이 참여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온두라스 서부 고지에 위치한 특히 고립된 18개 촌락에 초점이 맞춰졌다.
논문 공저자이자 예일대 사회·자연과학과 교수 겸 의사인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박사는 "사회적 유대가 공동체 내로 국한된 고립된 집단을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총 178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내 누구와 연결고리가 깊은지 조사해, 사회적 연결고리를 표시한 소셜네트워크 맵을 작성했다. 이후 사회적 연결과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내세균총 종류 및 균주는 함께 사는 가족뿐만이 아니라 친한 친구 등 사회적 관계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커뮤니티 내에서 사회적 유대가 깊은 '사회적 중심에 있는 사람(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커뮤니티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보다 커뮤니티 전체와 유사한 장내세균총을 가지고 있었다.
또 연구팀이 첫 조사에서 2년이 경과한 후 301명의 장내세균총을 재조사한 결과, 대면 교류가 활발한 사람일수록 장내세균총 계통이 더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물리적으로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사교적인 사람과 다른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타키스 박사는 "현시점에서 장내세균총이 주변 사람들과 유사하다는 것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특정 상황에서 장내 세균 공유가 이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건강한 미생물이 사라지기 때문에 건강하고 정상적인 미생물 집단을 재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했다.